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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나 ‘용’을 몸에 새긴 건장한 사내를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츠려 들었다. 언제 불러 세울 것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발걸음이 빨라지기도 했다. 예전에는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다. 젊은 층이 자신을 표현하는 패션의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조직폭력배의 전유물이라는 편견도 깨졌음이다.
이런 변화가 우리에게만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9일(현지시간) 탈북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문신 문화의 변화를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남성들은 10대 후반에 문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만 17세에 입대해 무려 10년간 군 복무를 해야 하는 이들에게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심고 고취하기 위해 문신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과거에는 주로 팔과 등에 ‘조국을 지키자’ ‘승리’ ‘전투’와 같은 정치·군사적 구호를 새기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탈북자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흐름이 보이고 있다고 한다. 문신을 영어로 만들거나 비둘기, 독수리 등 동물들을 그려넣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몸에 누드 여성의 모습을 새긴 남성도 보았다는 목격담도 나오고 있다.
물론 금기 사항이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이두근(팔꿈치 위부터 어깨 밑까지 근육)에 김정은의 웃는 모습을 넣은 것이 발견될 경우 심각한 처벌을 받게 된다.
‘백두혈통’이라 불리는 김 위원장 일가에 대한 문신도 엄격히 금지돼 있다.
여성의 문신은 ‘사회적 금기’ 사항이다. 못할 것은 없지만 하게 된다면 ‘질 나쁜 집안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문신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우선 병원이나 전문 시술소 없이 집에서 하기 때문에 찾는 게 쉽지 않다. 게다가 문신용 바늘이 아닌 바늘질용 바늘을 사용하기 때문에 잉크가 많이 필요하고 그나마도 흑백만 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잉크 부족이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잉크는 대부분 일본에 있는 친북 단체가 보내왔다. 하지만 핵실험과 잇단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인권 탄압 등으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잉크를 수입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폐쇄와 고립을 자초하는 김정은 정권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은 그나마 남은 몇 안되는 즐거움 중 하나를 앗아갈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