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축제인 월드컵 경기가 한창인데도 내수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인한 침체 분위기에서 그나마 기대를 모았던 호재 전망이 예측을 빗나가는 모양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월드컵 개막 이후 10여일이 지났음에도 특수(特需)가 명확히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가전업계나, 길거리 응원전이 펼쳐지는 주변 편의점 정도에서만 매출 효과를 누릴 뿐 일반 유통업을 비롯해 식음료·광고업·숙박업계 등 체감업종에서의 업황 호전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민간 연구기관인 현대경제연구원은 22일 '2014년 하반기 한국 경제의 하방 위험'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6%로 이전보다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경제 충격이 완화되더라도 올해 민간 소비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한국경제연구원도 이미 올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바 있어 정부가 올해 초에 내놓았던 상저하고(上低下高)의 낙관적 전망마저 점차 힘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다행히 수출이 지속적인 호황을 보인다지만 이 역시 속내가 편하지만은 않다. 올해 전체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보다 늘어나 800억달러 이상으로 예상된다고 하나 달러 표시와 달리 원화 표시 수출액은 원화 강세로 점차 줄어드는 구조다. 수출마저 경기 회복세를 살려가지 못한다면 올 한해의 국내 경제는 비관 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올해 3·4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가 전분기보다 8포인트나 하락한 103으로 집계된 것도 내수·수출 수요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형편이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통해 기업·소비자에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어 줄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중장기적으로 신성장 부문의 규제완화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팀이 하루빨리 행정공백에서 벗어나 리더십을 발휘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