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찰스 프린스도 지난 98년부터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2003년 씨티그룹 글로벌 기업ㆍ투자은행 책임자로 일하면서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2006년 샌디 웨일 전 회장의 뒤를 이었다. 케네스 루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회장도 69년 신용분석사로 입사해 30년 넘게 근무한 후 엄격한 내부심사를 거쳐 CEO자리에 올랐다. 이에 비해 우리 금융기관에서는 CEO의 예비수업 과정이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2004년 9월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은 행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한달 만에 신임 행장을 뽑았다. 오는 3월이면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 CEO가 8명이나 되지만 지금까지 어느 한 곳도 CEO가 연임될 것인지, 새로운 CEO가 선임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올해도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임기 만료를 앞두고 후임자가 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시중은행 부장은 “CEO가 매번 교체되면서 자리를 잡는 데 낭비되는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크다”며 “금융 CEO 연임이 어려운 실정에서 임기 말에는 레임덕 현상까지 나타난다”고 전했다. 은행 경영의 안정성과 영속성을 높이기 위해 CEO의 선임과 연임 결정 과정이 시장과 실적에 의해 투명하고 예측 가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행처럼 반복돼온 ‘CEO 깜짝 인사’는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컨설팅회사 앤플랫폼의 강영재 부사장은 “새 CEO가 조직을 이해하는 데 적어도 1년이 걸린다”며 “준비되지 않은 CEO 선임으로 그 동안 진행되던 일들이 멈추거나 방향이 바뀌는 등 비효율이 크다”고 지적했다. 갑작스러운 CEO 교체로 인한 경영공백의 폐해도 적지않다. 이상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계주시합에서 바통 터치 실패는 곧 레이스 탈락을 의미한다”며 “기업도 전임 CEO와 신임 CEO가 물 흐르듯 매끄러운 임무교대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곧바로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금융 CEO의 선임과 교체가 선순환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윤병철 한국FP협회 회장은 “CEO가 단임을 하면서 단기성과를 위해 조직에 손실이 되는 전략을 구사하고, 주주들은 이의를 제기하면서 CEO를 바꾸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를 선순환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시장이 공감하는 CEO 선임과 연임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외국계 은행은 이사회 보드멤버가 임원들의 평가와 보상ㆍ재임 여부 등을 결정한다”며 “국내에서도 사회적 저항을 해소하며 CEO가 많은 보상을 받고 장기 재임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CEO가 장기 재임할 경우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와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CEO가 장기 재임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지금은 단임에 의한 폐해를 먼저 걱정해야 할 때”라며 “이사회와 사외이사가 은행 경영진의 경영활동을 적극 견제할 수 있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