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한국이 세계최초로 만들었는데… 충격
특허 부실 관리로 3조이상 날렸다MP3P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개발사 자금난 등으로 국내 원천특허 소멸돼해외특허 가진 미국 기업 앉아서 로열티 수입 챙겨
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우리나라가 MP3플레이어를 최초로 개발했음에도 불구, 특허관리 부실로 특허권이 해외 특허괴물(NPE)에 넘어가 지금까지 3조원 이상의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7년 우리나라의 벤처기업인 디지털캐스트가 세계에서 최초로 상용화한 MP3P의 원천특허가 국내에서는 소멸돼버리고 해외특허는 미국 NPE인 텍사스MP3테크놀로지스로 넘어가버린 탓이다.
17일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 따르면 이 같은 특허 상실로 우리 기업들은 2005~2010년 27억달러(한화 약 3조1,500억원)로 추산되는 글로벌 로열티 수익을 고스란히 텍사스MP3에 내준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세계적인 원천특허가 국내에서 어이없게 소멸된 것은 개발회사인 디지털캐스트가 사업화 비용이 부족, 제휴와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기술이 다른 회사들로 넘어갔다가 공중에 붕 떠버렸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해외특허는 지식재산관리회사인 텍사스MP3가 2007년 관련 권리를 모두 사들여 지금은 앉아서 삼성전자ㆍ애플ㆍ샌디스크 등으로부터 로열티 수입을 차곡차곡 챙기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GMID의 데이터를 근거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0년까지 MP3PㆍPMPㆍ스마트폰 등 MP3 기술 적용기기의 세계 주요국 판매 대수는 최소 13억대 이상이다. 대당 로열티 수준은 2달러로 이는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가 자신의 MP3 압축기술 원천특허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기술료율이다.
이에 대해 박성준 지식재산전략기획단 지식재산진흥관은 "MP3P 사례는 특허 출원 단계에서부터 특허관리, 특허분쟁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지적재산권 생태계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며 "청구 범위 설계가 미진해 강한 특허로 출원되지 못한 점, 국내 특허의 높은 무효율과 낮은 손해배상액으로 인해 국내 경쟁업체들이 특허침해에 대한 부담이 낮아 쉽게 시장 진입을 할 수 있었던 점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1997년 디지털캐스트는 연구개발과 사업화 비용이 부족, 새한정보시스템과 MP3P 설계 특허권을 공동 출원했다. 하지만 양사는 1998년 결별, 디지털캐스트는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대만의 S3→일본 업체를 거쳐 시그마텔에 매각됐다. 새한정보시스템을 인수한 레인콤은 2005년 MP3 특허를 시그마텔에 팔았다. 이후 1대 다수의 특허 무효소송을 거치면서 국내특허는 권리 범위가 축소된 후 결국 특허료 미납으로 소멸됐다.
국내특허와 달리 유효하게 존속한 해외특허권리는 2007년 텍사스MP3가 시그마텔로부터 모두 사들였다. 이 회사는 같은 해 미국에서 삼성전자ㆍ애플ㆍ샌디스크 등 국내외 대기업들을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후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보아 현재는 국내 기업들이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특허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박성필 KAIST 지식재산대학원 교수는 "우리 기업들의 특허권 행사가 높은 특허 무효율과 건당 평균 5,000만원 정도의 낮은 손해배상 수준이라는 두 가지 큰 장벽 앞에서 좌절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