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에 맞서 택배업계 대표들이 일제히 규탄 성명을 내고 총력 저지에 돌입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20일 서울 반포동 서울팔래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농협의 택배 시장에 진출하면 택배 단가 추락이 심화돼 기존 업계의 타격의 불가피하다며 농협의 택배사업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박재억 한국통합물류협회장은 "자산 290조에 계열사만 44개를 갖춘 농협이 택배 시장에 뛰어들면 업계 전체가 공멸할 것이 뻔하다"며 "농협은 택배사업에 눈독을 들일 것이 아니라 본업인 농산물 유통과 농가 지원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배업계는 이날 농협의 택배 시장 진출이 법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농협법에 따르면 준공공기관인 농협은 물류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민간 택배사와의 제휴를 통해서도 충분히 택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도 직접 택배업을 하겠다는 것은 결국 이익이 나는 것은 뭐든 다 하겠다는 논리"라고 말했다.
택배업계가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에 반대하는 것은 농협의 가세로 택배 시장에 출혈 경쟁이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택배 시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택배 단가는 지난해 2,250원(기업고객 기준)으로 전년보다 2.3% 떨어졌다. 이대로라면 머지 않아 택배업계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2,000원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걱정도 만만찮다.
반면 농협은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 등을 통한 농축산물 판매가 증가하는 데다 농업인과 농민단체가 택배 안전성 확보를 요구해 택배업 진출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농협이 택배업에 진출하면 도시에 비해 낙후한 농촌의 택배발전을 이끌 수 있고, 직거래를 통한 농업인의 농축산물 판매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기존의 택배사가 부피가 크고 무거운 농축산물 택배를 기피해 농업인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다 배달 과정에서 상품 손상으로 변상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농협 관계자는 "농업인의 택배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중소 택배사를 인수해 택배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택배업계가 우려하는 가격인하 경쟁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