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세기 이상 미공개작으로 묻혀있었던 유영국의 작품 '무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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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섭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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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욱진 '어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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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기 '달과 매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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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직후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던 1947년. 화가 김환기와 유영국, 이규상, 장욱진 등은 "새로운 사실(寫實)을 표방한다"는 기치를 걸고 '신사실파'를 결성했다.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에도 이들의 예술혼은 꺾이지 않았고 이중섭과 백영수까지 의기투합해 1953년 전쟁통에도 이들은 동인전을 열었고 한국 추상미술의 싹을 틔웠다.
그림으로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려는 듯 김환기는 달, 항아리, 새 등 한국적 정서를 담은 정겨운 소재를 화폭에 담았으며 유영국은 일상 풍경을 단순화해 텁텁한 향토색과 굵고 검은 선, 가늘고 길게 뻗은 나무 등으로 표현했다. 이중섭은 고향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장욱진은 동심의 세계를, 백영수는 순수한 서정을 그려 혼란한 시기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11일부터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시작하는 '유영국의 1950년대와 1세대 모더니스트들' 전시는 이들 신사실파의 작품을 다시 모아 재조명한 자리다.
전시장 1층에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였던 유영국의 미공개작 5점이 눈에 띈다. 최근 발굴된 이들 작품에는 '53 KUGG'라는 서명이 있어 53년작으로 추정된다. 유영국은 위작을 방지하기 위해 시기별로 다른 서명을 사용하곤 했는데 60년대 작품에는 'YOUNGKUK'이라고 적었다. 배(船)와 등대를 그린 듯한 작품은 전쟁을 피해 고향 경북 울진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꾸리던 작가의 일상을 들여다보게 한다.
장욱진의 작품은 어린아이의 천진함을 보는 듯한 대표작 외에 거친 붓질만으로 눈 내리는 모습을 표현한 '눈' 등이 선보인다. 이중섭ㆍ박수근에 이어 미술경매 최고의 블루칩인 김환기의 2008년 크리스티 경매 출품작 '매화와 달항아리' 등 대표작도 볼 수 있다. 이중섭의 그림은 소달구지를 타고 떠나는 '길 떠나는 가족' 등 가족 시리즈와 화면을 4등분해 표현한 '사계', 마분지 한 장에 양면으로 새와 인물을 그린 '양면화' 등이 전시된다.
신사실파 동인 중 유일한 생존작가인 백영수(88)의 근작들은 노년에 더욱 빛나는 삶의 희망을 일깨운다. 까까머리 소년과 어머니, 나무, 초가 등을 소박하면서도 모던하게 그리는 작가지만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했던 탓에 동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편이다.
총 50여 점을 내건 이번 전시 기간은 12월5일까지다. (02)3217-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