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년만에 정규 1집 내놓은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나를 보여주는 것 그것이 제 음악이죠”

우연한 기회로 만든 첫 곡 '36.5℃'… 해외서 좋은 반응에 자신감 얻어
이제 '음악하는 사람' 명찰 달아
나의 소소한 일상·주변 풍경들… 록·재즈 등 다양한 장르로 노래


최고은(31·사진)은 노래를 잘한다. 독특한 음색은 귀에 착 달라붙고 능수능란한 완급 조절은 감탄을 자아낸다. 당연히 다른 길에 대한 권유도 많았다. 이를 테면 유명 작곡가가 만드는 더 잘 팔릴 만한 곡에 목소리만을 싣는 것. 하지만 결국 최고은은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내가 표현해 내고 싶은 욕심도 있다. 내가 아직 내 목소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수긍한다. 하지만 나는 어떤 상황이 주어졌을 때 그 상황에 '나'가 없다는 것을 못 견디는 사람인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의 존재감이 확장되기 위해서는 그 방법은 아닌 것 같았다. 또 목표를 향해 갈 때 꼭 직선거리, 최단거리로만 가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아무리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지만 너무 여유를 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2010년 미니 앨범 '36.5℃'로 데뷔한 지 4년이 지나서야 겨우 정규 1집 앨범이 나온다. 오는 27일 발매하는 'I WAS, I AM, I WILL'다. 싱어송라이터 답게 그가 13개 수록곡 모두를 작사·작곡했다. 최고은은 "내가 좀 느리고 나만의 속도가 있다 보니 4년이나 걸렸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정성을 쏟았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정규 앨범을 낸다는 것은 '나 이제 정말 음악 하는 사람이야'라는 명찰을 달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 명찰을 달아도 되느냐에 대한, 평생 음악을 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다."

실제 최고은은 자신의 데뷔가 "계획하지 않았던 시작"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판소리와 가야금병창을 하긴 했지만 새벽부터 밤까지 노래를 해야 하는 삶에 회의가 들어 대학은 음악과 상관없는 전공을 택했다. 제일 좋아하는 음악이긴 하지만 취미로 해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만든 노래가 주위의 좋은 반응으로 앨범이 되고, 그 앨범을 계기로 여러 무대에 섰다. 일본 후지TV의 글로벌 싱어송라이터 오디션 '아시아 버서스'에서 최종 우승을 했고 영국의 유서 깊은 음악 페스티벌 '글래스톤베리'에도 초청받아 다녀왔다. 이런 음악적 경험들은 최고은에게 '음악 하는 삶'에 대한 확신을 조금씩 심어줬다. "해외에서는 정말 내 인지도가 거의 없다시피 한데도 내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좋아해 줬다. 자신감을 심어주는 촉진제가 됐다고나 할까. '야, 최고은 너 음악 괜찮아. 계속해도 될 것 같아'."

그런 확신을 가지고 최고은은 처음 내놓는 앨범에 록·재즈·월드뮤직을 아우르는 여러 장르의 13곡을 담았다. 통기타 하나만 들고 고요히 노래하던 최고은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그는 "장르나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어떤 표현 방식이 어울릴 것인가에 포커스를 두고 소리를 찾다 보니 다양한 표현법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까지 그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앨범의 제목 'I WAS, I AM, I WLL'에서 유추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나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형성됐고 어떤 통로를 지나고 있나. 나를 채워주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결국 그 또한 나를 통해 표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라는 사람을 통해 확장되는 풍경들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이야기는 무궁무진할 것 같다. 아마 평생을 해도 모자라지 않을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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