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비결

몇주 전 박세리와 박찬호가 귀국하자 TV와 신문은 연일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했다. 그들은 한참 시끄러운 국정감사니 구조조정이니 하는 현실의 혼란스러움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고 힘이 되어준 우리의 스타이다.또한 우리 주위에는 연예계·스포츠계 등 사회 각 분야의 스타들이 한 시대를 주름잡고 우상이 되어 우리를 열광케 하고 있다. 그러한 스타 중에는 십년 이상 우리 주위를 떠나지 않는 수명이 긴 스타가 있는가 하면 일년 미만에 혜성처럼 사라지는 스타도 많다. 일반 사람들은 변덕이 심해 아무리 인기가 좋았던 스타들도 한순간 실수하면 용인하지 않고 매정하게 돌아서는 묘한 대중심리를 갖고 있다. 월드컵 예선 때 일본을 격파해 국민적 영웅이 된 차범근 감독도 월드컵 본선 벨기에전에서 대패하자 현지에서 해임당하고 우리 곁을 허망하게 떠나갔다. 기업의 스타라 할 수 있는 30대 기업도 매년 그 면면이 바뀌고 있다. 며칠 전 신문보도에 의하면 올해 30대 기업에는 몇개가 새로 등장하고 몇개는 영광의 무대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연예계·스포츠계뿐만 아니라 기업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의 스타들은 영광의 무대에서 계속 장수하는 비결이 있기는 있을 것이다. 몇주 전 경주 EXPO에도 들를 겸 친구들과 경주에 갔다가 들은 「경주 崔부자 이야기」가 장수비결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할까 한다.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는 철칙을 깨고 경주 崔부자는 13대 만석꾼의 영광을 누렸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치면 근 400년간 가문의 부를 지킨 셈이 된다. 이런 장수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집안의 가훈이었다. 崔부잣집의 가훈은 『재산을 만석 이상 증식시키지 말라. 만석 이상 되면 구휼 등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가훈은 어찌 보면 가장 평범한 것이나 이 속에 포함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공인의식과 부의 사회적 환원 등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기업가에게 요구하는 모든 요소가 함축된 것이 아니겠는가. 새기면 새길수록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가슴에 와 닿는 것 같다. 각 분야의 스타들이 영광의 무대 위에서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은 이러한 평범한 교훈 안에 숨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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