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 기업 돈가뭄일부기업 자금조달 길 이미 막혀
기업들이 주가폭락, 투신권 부실에 따른 회사채 유통시장의 기능 상실 등으로 비틀거리고 있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주식시장을 통한 유상증자는 물론 회사채, 기업어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기회가 봉쇄됐다. 그나마 가까스로 자금 조성에 성공한 기업들 역시 시중 지표금리와는 동떨어진 12~13%대의 고금리를 감수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투신 구조조정의 방향을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한 채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펼친 2년여의 구조조정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자금조달 기회가 봉쇄됐다=몇몇 초우량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미 주식시장을 통한 유상증자나 회사채 및 기업어음 발행 등 재원을 조성할 통로를 뚫지 못하고 있다.
특히 투신사 부실 여파로 자금이탈이 가속화하자 회사채 신규 발행은 물론 기존 만기채권의 롤오버(만기연장)마저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30대 그룹에 속하는 S그룹은 최근 회사채 및 기업어음 발행이 실패하자 실질 보장수익율 10%를 내건 전환사채를 통해 가까스로 운전자금을 조성했다.
또 다른 30대그룹인 T그룹 관계자는 『6월까지 자금시장이 개선되지 않으면 금리를 불문하고 자금을 조성해야 할 형편』이라고 실토했다.
◇위기설 확산 조짐=기업들의 자금 파이프라인이 막히자 시장에서는 A사, B사, C사, D사 등 일부 중견그룹들이 최악의 위기에 노출됐다는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위기설은 최근 자금시스템 경색으로 일부 경영여건이 취약한 기업들이 자산매각이나, 외자유치, 증자 등을 통한 자구 노력을 더 이상 펼치기 힘들 것이란 분석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채권 금융기관 측은 자금위기설이 돌고있는 해당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시장에 알려진 것과 달리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2개 기업의 경우 자금운영이 다소 빡빡하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여유자금을 상당히 확보해 놓았다』고 전했다.
◇총선전에 예견됐다=기실 투신권 부실이 수면아래 잠복해 있던 지난 4월부터 이미 금융시장 시스템은 이상 징후를 보였다.
우량 기업으로 평가받는 K사는 4월초 연초 계획했던 설비투자 및신사업 진출을 위해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으나 자금 조성에 실패했다.
당시 국공채 및 초우량 기업들의 3년만기 채권 수익률이 한자릿수였으나 K사에 적용된 금리는 11%대 후반. 시중 실세 금리는 투신권 부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두달전부터 이미 사실상 두자릿수로 올라섰던 것.
정부의 금융정책 당국자들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금융시스템이 이처럼 급격히 악화된 것은 한마디로 총선이후 이어진 정책 불투명성이 만든 재앙』이라며 『지금이라도 문제의 본질인 투신권 부실에 대해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 방안과 일정을 밝히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형기기자KKIM@SED.CO.KR
임석훈기자SHIM@SED.CO.KR
입력시간 2000/05/2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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