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이 필요한 부분은 관치에 나서고 막상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할 부분은 자율에 맡기겠다며 일만 꼬이게 만들고 있다』최근 한빛은행장 선임을 위한 인선위원장 선임과정에 대한 한 원로금융인의 지적이다.
한빛은행장 인선을 위해 상업-한일은행이 각각 2명씩의 인선위원을 선임한 것은 지난 17일. 이후 인선위원장 선임을 놓고 금융당국과 인선위원들간에 마찰이 노출되면서 결국 30일 두 은행의 인선위원이 경질됐다. 상업은행은 이날 김동건(金東建) 서울대 행정대학원교수와 이영세(李英世)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인선위원으로, 한일은행은 유동길(柳東吉) 숭실대 경제통상학부교수와 정문수(丁文秀) 인하대 경제통상학부교수(무역위원장)을 인선위원으로 선임했다.
또 인선위원들이 자율적으로 선임키로 했던 인선위원장은 정부에서 선임하도록 했다.
정부는 송병순(宋炳循) 전 광주은행장을 인선위원장으로, 정부가 추천할 인선위원으로 이덕훈(李德勳) 합병추진위원회 부위원장과 장현준(張鉉俊)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선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당초 두 은행이 2명의 인선위원을 선임한 후 이들에게 인선위원장 선임을 맡기고 위원장이 다시 2명의 위원을 선임해 7명으로 인선위원회를 구성토록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부측이 인선위원장을 내정하고 이를 인선위원들에게 간접적으로 통보하자 4명의 인선위원들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강력 반발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또 이들 4명의 인선위원들이 자율적으로 선임한 3명의 인선위원장 후보들이 고사하면서 인선위원장 선임 자체가 난항을 겪어 왔다.
이같이 인선위원회 구성이 늦어지자 지난주 대주주인 정부가 직접 인선위원장과 인선위원 2명의 선임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동안 자율적인 위원장 인선을 주장해 온 4명의 인선위원들이 정부 방침에 반발하자 30일 양 은행은 비상임이사회를 열고 4명의 인선위원을 교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모양새만 자율로 갖춘채 정부가 의도하는 인물을 행장으로 선임하려 했던 금융당국의 속보이는 꽁수가 인선위원들의 반발로 차질을 빚으면서 나타난 해프닝이다.
금융관계자들은 어차피 정부의 의도가 반영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굳이 자율이라는 형식만 갖추려했던 금융당국의 서투른 작전이 결국 한빛은행장 선임절차 지연이라는 부작용만 빚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매일 회의까지 열어가면서 중소기업대출실적을 챙길 정도로 생색나는 일에 대해서는 「자율」이라는 명분 훼손에 거리낌없으면서, 막상 직접 나서야 할 일은 「자율」에 맡기겠다는 금융당국의 얼치기 금융자율화때문에 금융계가 더욱 멍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