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이어 카드ㆍ캐피털사 등 비은행 금융사들이 지난해 해외 차입 규모를 큰 폭으로 늘려 5년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국내외 경기불안이 장기화하자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차입선을 다변화하려는 의도다. 또 올해에도 해외 차입 확대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금융사들이 많아 해외로 나서는 행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카드와 캐피털 등 비은행 금융회사의 해외 차입 규모는 96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799억달러보다 20%가량 늘어난 것으로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2007년 이래 최대다.
특히 비은행 금융사 가운데 카드나 캐피털 등 여신업체들의 해외 차입이 활발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각각 3억달러씩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총 9억달러를 조달했다.
2010년 단 한 차례만 ABS(2억달러)를 발행했던 삼성카드도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미국과 일본에서 총 9억달러의 ABS를 발행했다.
캐피털사 중에서는 현대캐피탈이 꾸준히 해외에서 자금을 차입해오며 국내와 해외조달 비중을 6대4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ㆍ스위스ㆍ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네 차례에 걸쳐 채권을 발행한 데 이어 올해에는 스위스에서 2억스위스프랑(한화 2,434억원) 규모의 공모채권을 발행했다.
이처럼 비은행권 금융사들이 해외 차입 규모를 늘리고 있는 배경에는 차입선을 다변화해 포트폴리오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국내외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리스크를 막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국내 카드ㆍ캐피털사들이 최근 수년간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지속해오며 해외 채권시장에서 이들의 채권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5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차입이 거의 없었지만 현재는 전체 차입 규모 중 20%가량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며 "올해에도 경기흐름을 살펴본 뒤 해외차입 수준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