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13으로 키워 죽인 것은 이 경우의 요령. 최철한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흑이 걸려든 것은 사실이지만 자세히 보면 아직 백대마가 온전한 두눈을 내고 산 형태는 아니다. 최철한은 백대마를 좀더 붙들고 늘어지기로 했다. 흑19는 모양의 급소. 공격하려면 일단 이 급소를 찌르고 봐야 한다. 여기서 구리는 1분쯤 생각하더니 백20으로 탈출을 서둘렀다. 이 대마가 수습되기만 하면 무조건 이긴다는 것이 구리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백20은 패착이 될 뻔한 안일한 수였으니…. 흑21, 23으로 공격하는 자세가 나왔다. 계속해서 흑27에 손을 돌리게 되자 허술했던 흑진이 모두 정비되었다. 게다가 백대마는 여전히 미생이다. 백20으로는 참고도1의 백1로 가만히 꼬부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흑은 2에서 4로 모양을 갖추고 공격을 계속하게 되는데 백5 이하 17까지 백대마는 거뜬히 안정하게 된다. “그건 백이 너무 잘된 그림 아닌가. 더 강렬한 공격수는 없었을까.” 이렇게 말한 박영훈이 참고도2의 흑1로 버티는 수를 제시했다. 그러자 최철한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흑이 더 나빠.” 최철한이 척척 놓아보인 가상도는 참고도2의 백10까지였다. A와 B가 맞보기가 되어 흑이 망하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흑45가 놓인 시점에서는 흑승이 거의 굳어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