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소련도 붕괴해 미국의 군사력에 도전할 적대국가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미국은 대당 3천억원에 이르는 초고가, 최첨단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강행해야 하나.
27일 처음으로 조지아주 소재 록히드 마틴의 최종 조립공장에서 출고된 F/A-22차세대 전투기 겸 공격기 사업을 두고 이같은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초기 설계에서 첫 완제품 생산까지 무려 23년이 걸린 F/A-22 사업은 처음부터 타당성과 가격 등을 둘러싼 시비가 끊이지 않았지만 그동안 근본적으로 달라진 군사환경 때문에 초기와 지금의 논란은 차원을 달리 한다.
적군의 레이더망을 피하는 스텔스 기능과 시속 1천500㎞의 속도에서 스마트 폭탄으로 정밀 공격을 가하면서도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는 적기를 식별해내는 최첨단전자장비에 이르기까지 F/A 22는 속속들이 사상 최강의 전투기로서 손색이 없다.
문제는 이처럼 막강한 전투기로 대적해야 할 상대가 없다는 데 있다. `랩터(맹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F/A-22 사업의 당초 목적은 옛소련과의 `3차대전'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옛소련 붕괴후 사실상 미국의 군사력에 도전할 국가가 사라진마당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 이 사업의 존폐 논란이 인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미국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과 43개주에 걸친 1천여개 도급업체들이 힘을 합쳤을 때의 로비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어서 F/A-22 사업은 규모가 축소되기는 했지만 결국 살아남았다.
당초 760대였던 공군의 구매계획은 277대로 줄어들었지만 그 이후 대당 구입단가는 눈덩이처럼 늘어나 실제 사업비는 오히려 증가했다.
최종 계획대로 군이 277대를 구입한다면 대당 가격은 2억5천800만달러(한화 약 2천900억원)에 달하지만 구매물량이 줄어들 경우 대당 가격은 더 올라간다. 이만한 가격으로도 역사상 어떤 전투기보다 비싼 것은 물론이고 F/A-22에 자리를 내주는 F-15 전투기 값의 약 4배에 달한다.
국방부에서 무기 구입 책임자로 일했던 자크 갠슬러 전(前) 차관은 "F/A-22는냉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탄생한 전투기였다"면서 "그 때만 해도 최고의 성능,최첨단 기술이 우선이었고 가격은 그 다음 고려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갠슬러 전 차관은 "현재 미 공군 주력기인 F-15만 해도 지구상 어느국가도 여기에 맞설 능력이 없는 터여서 사람들은 이를 훨씬 능가하는 최신예 전투기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