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2월 17일] 소비도 경제 동력이다

사무 빌딩이 밀집해 있는 시내 식당가와 주점에서도 점심이나 저녁시간 때 한적한 모습이 이제는 일상처럼 돼버렸다. 동료ㆍ선후배들끼리 둘러앉아 식사나 가볍게 소주 한 잔 걸치는 왁자지껄하면서도 정겨운 모습들이 시나브로 많이 사라졌다. 경기불황이 낳은 우리 사회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밑바탕을 형성하는 자영업자 수가 지난해 11월 600만명에서 지난 1월에는 558만7,000명으로 두 달 사이 무려 42만명이 도산했다. 지난달 신규 취업자 수는 10만명이 줄어 사상 최악이고 구조조정으로 인한 퇴직자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기업ㆍ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의 지금 최대 화두는 생존이다. 지출 억제에 성장 뒷걸음질
그래서 각종 경상경비는 물론 투자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대폭 줄이거나 중단하고 있다. 의식주 품목의 평균소비지출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7%다. 경기회복 기대감 상실로 모든 경제주체는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세계 경기불황으로 소비와 투자가 급감하고 이것은 각종 전자제품이나 서비스 분야 등 유ㆍ무형의 생산활동이 위축되는 악순환을 낳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다시 구조조정에 나서고 가계는 지출을 억제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결국 경제주체들의 ‘살기 위한 행위’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일명 ‘생존행위의 역설’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이는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4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3.4%로 뚝 떨어지는 데 큰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정부가 예측하는 성장률은 -2%다. 해외에서의 소비, 즉 수출이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 큰 요인이지만 극심하게 위축되고 있는 내수 소비 상황도 주원인이다. 우리나라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3.5%(2006년 기준)에 달하고 이에 따른 경제성장률 기여율은 42%다. GDP 성장에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소비가 무너지면서 경제 전반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소비는 생산분배와 함께 국가 경제의 주요 축을 형성하고 국민소득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애덤 스미스는 “소비는 모든 생산의 유일한 종점이고 목적이다”고 강조했다. 소비 없는 경제는 존립할 수 없다. 소비는 분명 성장의 핵심이고 경제의 동력인 것이다. 정부는 감세와 건설 부동산 부문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재정확대ㆍ잡셰어링 등 기업과 생산 부문에만 초점을 맞춘 경기부양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소비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 수가 없다. 특히 지금 정부와 국민 모두의 제일 관심사인 잡셰어링만 해도 그렇다. 기업이 존재 근거인 생산활동을 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세제지원 등을 받아도 잡셰어링은커녕 생명조차 유지할 수 있겠는가. 공격적 소비 진작책 시급
생산활동을 유발하는 것은 바로 소비다. 그렇기에 소비가 살아나야 한다. 대만은 지난달 춘제(春節ㆍ설) 연휴를 앞두고 서민들에게 총 850억대만달러(3조4,700억원) 상당의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이는 대만의 올 경제성장률을 1%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도 최근 농민들이 휴대폰 등 가전기기를 구입할 때 가격의 13%를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원해주는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을 이달부터 전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독일ㆍ스페인은 중고차를 폐차하고 신차를 구입할 때 지원금을 주고 있다. 사실 불투명한 경기전망과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으로 기업과 가계 등의 자발적 소비행위는 꽁꽁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진작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우리의 경우 GDP에서 차지하는 소비 비율이 미국(70%)ㆍ독일(58.5%)에 비해 낮아 내수시장을 키울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큰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최근 100만여명의 저소득층에게 푸드쿠폰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저소득층에 일정한도의 소비쿠폰을 발행하거나 시민들에게 소비행위에 대한 인센티브를 과감하고 다양하게 제공하는 등의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소비 진작 정책이 시급히 나와야 한다. 기업과 생산 부문에 초점을 맞춘 기존 경기부양정책의 일부 수정이 필요한 것이다. 소비가 없는 생산과 성장ㆍ경기회복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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