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자주 찾아 뵙지 못해 송구스러웠던 장인어른이 설 연휴를 맞아 사위인 골사장을 라운드에 초대했다.
장인어른은 쇼트 게임이 프로 선수 뺨칠 정도로 뛰어나지만 매너와 룰을 엄격히 지키는 골퍼로 정평이 나 있다. 골사장은 그런 장인어른과의 라운드 때면 늘 조심스러우면서도 배우는 점이 많다.
이날 라운드에서 골사장은 신사들의 경기라는 골프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인의 퍼팅 차례였다. 골사장은 눈으로는 퍼팅을 주시하고 있지만 머리 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다음 차례인 자신의 까다로운 퍼트 때문이었다. 연습을 몇 번 한 장인은 신중하게 퍼팅을 하려다 갑자기 어드레스를 풀고 심각하게 이야기한다.
“내 볼이 어쩐 일인지 움직였네.”
내기가 걸린 게임도 아닌데 그런 게 대수냐 싶어 골사장은 “건드리신 것도 아닌데 그냥 치시죠” 한다.
하지만 장인은 완강했다. “아니야. 리플레이스를 하고 다시 퍼팅을 하겠네.”
1벌타까지 감수한 장인어른. 깔끔하게 한 번의 퍼트로 마무리한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골사장. 장인의 그 멋진 모습에 고개가 절로 숙여질 뿐이다.
어드레스 후 (스트로크 결과 이외의 원인으로) 플레이어의 인플레이 볼이 움직여진 때에는 플레이어가 그 볼을 움직인 것으로 간주하고 1타의 벌이 부가된다. 플레이어가 스윙을 시작한 후에 볼이 움직여졌고 그 스윙을 중지하지 않았을 경우 이외에는 움직인 그 볼을 리플레이스 해야 한다. (규칙 18조2항b)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