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의 남성학] 본능과 질투심

세조, 후궁 외도에 끝내 重刑 내려

세조 11년 9월. 늦가을의 청명한 하늘 아래에서 임금의 아이까지 출산했던 후궁 덕중(德中)과 내시 2명이 교수형에 처해졌다. 여염의 부인네가 외도를 해도 돌에 맞아 죽을 중죄이거늘 만인지상의 절대 권력자인 임금의 총애를 받은 여인이 죽음을 맞은 것이다. 세조는 수양대군시절 종이었던 덕중을 품어 아이까지 낳았다. 세조가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르자 그녀는 노비에서 후궁이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게 되었지만 외로움은 커져만 갔다. 아이는 죽고 세조는 국정에 바빠 그녀를 거의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물과 권세도 한창 품어져 나오는 그녀의 욕정을 풀어 주지 못했기에 준수한 외모의 내시 송중(宋重)에게 마음을 주었다. 임금의 여자가 보내는 적극적인 애정공세에 곤란해진 것은 송중은 세조에게 사실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덕중의 외도를 접한 세조는 호걸이라는 평판에 어울리게 그녀를 특별상궁으로 강등 시키는 것으로 너그럽게 마무리했다. 10대 초반 기방에 출입할 정도로 호방한 성격이었던 세조였기에 가능한 처사였다. 하지만 덕중은 뜨거운 여자인지라 임금의 선처로 목숨을 건지고도 종친인 귀성군 이준을 흠모하여 한글로 쓴 연애편지를 보냈다. 귀성군도 덕중의 편지를 받고 당혹스러워 세조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세조는 한창 젊은 스무 살의 귀성군을 바라보며 어느 새 오십 줄에 접어들어 덕중의 처소를 자주 찾지 못한 자신의 불찰을 곱씹으며 이번에도 덕중에게 근신을 명하는 것으로 관대하게 처결했다. 하지만 불과 며칠 뒤 덕중이 또다시 귀성군에게 편지를 보내자 질투심이 폭발하고 말았다. 덕중은 하루아침에 귀한 신분이 되었지만 본디 배움이 없는 천민 출신이라 본능을 억제하지 못하고 불행을 자초했다. 이처럼 인간의 본성은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로 무서운 불꽃과도 같다. 해서 수양의 가장 높은 경지를 금욕이라 하는데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된 성직자를 제외하곤 성욕을 풀지 못하면 심각한 성격이상을 보이기 마련이다. 부부생활에 불만이 쌓인 여성들이 우울증이나 쇼핑중독 등에 빠지는 것이 바로 그렇다. 원만한 부부관계는 가정을 편안하게 하고 아내를 성격 이상자로 만들지 않는 비결인데 80%에 달하는 남성들은 조루와 발기부전, 왜소 콤플렉스로 아내의 욕구를 제대로 풀어 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부부간 성 트러블은 솔직한 대화로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 전문의 상담을 통해 성기능 장애를 치료하는 것도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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