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손으로 280야드… 갤러리 환호

■ 서울경제 후원 덕신하우징배 꿈나무 골프대회
초등聯 개막전… 상비군 포인트 부여
연맹대회 최초 갤러리 입장 허용
고학년, 성인 못잖은 비거리 뽐내… 여자부 정주리 8개 소나기 버디
남자 2~4학년부 유지존 2연패

제2회 덕신하우징배 전국남녀 꿈나무 골프대회에 참가한 한 초등학생 선수가 15일 충남 태안 현대 더링스CC 1번홀에서 시원한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태안=권욱기자

"골프가 지겹냐고요? 아뇨, 재밌기만 한데요."

"하루 5~6시간씩 연습하는데 연습도 신나요."

제2회 덕신하우징배 전국남녀 꿈나무 골프대회가 열린 15일 충남 태안의 현대 더링스CC. 한국초등학교골프연맹이 주관하고 서울경제신문과 대한골프협회가 후원하는 이 대회에 전국의 내로라하는 초등학생 골프 유망주 150여명이 모였다. 1,08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60만원 늘어난 장학금을 놓고 이날까지 이틀간 36홀 스트로크 플레이 열전이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고사리손으로 성인들이 쓰는 골프 클럽을 들고도 새까맣게 드라이버샷을 날렸다. 대부분 여성용이나 시니어용 등 다루기 쉬운 클럽을 쓰지만 성인 남성용 스펙의 클럽을 사용하는 6학년 여학생들도 많았다. 100야드 안쪽 어프로치샷 때는 그린까지 올라가서 지형을 확인한 뒤 돌아가고 퍼트 때는 습관적으로 퍼터 페이스를 손바닥으로 닦는 등 프로 선수들처럼 신중했다. 대한골프협회 주니어 상비군 포인트가 걸린 초등연맹 2015시즌 개막전이어서 더 눈이 반짝였다. 초등연맹은 지난 2004년부터 대회를 열기 시작했는데 현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김효주(20·롯데)가 초등연맹 대회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한 대표적인 선수다. 이날 2라운드에서 드라이버로 250야드를 보내 화제를 모은 여자부 참가자 윤이나(동교초6)는 "김효주 언니처럼 골프로 한국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남자부 강자들은 280야드까지 날렸다.

어린 나이에 골프에만 매달리는 생활이 힘들지는 않을까. 코스에서 만난 남자부 이욱열(월평초6)은 "하루에 5~6시간씩 연습하고 1주일에 9홀 라운드를 세 번씩 도는데 지겨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해맑게 웃었다. 또 다른 참가자 조재원(별내초5)도 스스로 부모에게 골프를 하고 싶다고 졸라 운동을 시작했다. 현재 프로 투어를 뛰는 성인 선수들 가운데는 부모의 강압에 못 이겨 기계처럼 골프를 쳤다는 선수도 적지 않지만 요즘 아이들은 많이 다르다. 골프의 대중화와 프로 투어의 높아진 인기, TV 중계의 활성화 등으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야구나 축구처럼 골프를 자연스럽게 접해 스스로 선수의 꿈을 키우는 아이들이 많다. 현재 초등연맹 등록 선수는 약 500명. 이 가운데 200~250명이 대회에 꾸준하게 출전하고 있다. 한 참가자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당당한 발걸음이 좋다. 위기관리 능력도 본받고 싶다"고 전문가처럼 말했다.

이번 대회는 초등연맹 대회 사상 최초로 갤러리 입장을 허용했다. 부모들의 경기 개입이 우려됐지만 큰 사고는 없었다. 주최 측은 대회장을 찾은 부모 등 모든 갤러리에게 경기 방해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게 하고 입장시켰다. '선수에게 직접적인 조언을 할 경우 2벌타' 등의 룰을 숙지하게 하는 한편 매 홀 1명 이상의 안전요원도 배치해 원활한 운영을 돕게 했다. 참가 선수들은 "갤러리가 있으니 더 신경 써서 치게 된다. 프로 선수가 된 것 같은 기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고학년 남녀는 코스 길이 5,774야드, 저학년 남녀는 5,172야드로 플레이했다. 첫날은 강풍 탓에 스코어가 저조한 편. 하지만 이날 2라운드에서는 짙은 안개를 뚫고 굿샷을 날리는 실력자들이 줄을 이었다. 스팀프미터(막대 위에 공을 놓아 굴러간 거리) 2.9m의 빠른 그린 스피드에도 곳곳에서 버디가 터졌다. 남자 5~6학년부 송근형(정림초6)은 합계 1언더파 143타로 윤성필(소화초6)을 5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고 여자 5~6학년부에서는 정주리(고명초6)가 4언더파 140타로 정상에 올랐다. 이주연(산성초6)이 1오버파 2위. 정주리는 2라운드에서 버디 8개(보기 3개)를 몰아쳐 눈길을 끌었다. 여자 2~4학년부에서는 이정현(9오버파·운산초3)이 고은혜(학동초4)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고 남자 2~4학년부 유지존(미곡초4)은 7오버파를 적은 뒤 이병호(예봉초4)와 연장 끝에 우승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고학년 남녀부 우승~3위에는 각각 80만·40만·30만원, 4~10위에는 20만원씩의 장학금이 주어졌다. 저학년 남녀부 장학금은 우승~3위 는 각각 50·30·30만원, 4~10위는 20만원씩이다. JTBC골프가 녹화 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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