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자본잠식 방지 고육책… IMF 인정 미지수환율상승으로 발생한 외화환산손실을 이연자산이나 이연부채로 처리할 경우 국내 기업들은 회계상 약 20조원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회계기준심의위원회가 외화환산손익 회계처리방법을 변경한 것은 국내 기업들이 무더기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위한 고육지책이다.
현행 회계기준에서는 1년 이상 장기 외화부채에서 발생한 환산손실은 순손익계정 또는 자본조정계정에 반영토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들어 A항공이 올초 10년 기한으로 10억달러를 빌려 항공기를 구입했다고 하자. 차입 당시 환율이 달러당 8백원이고 현재 환율이 1천6백원이라면 A항공이 연말에 반영해야 할 외화환산손실은 무려 8천억원(10억달러×8백원)이나 된다.
A항공이 8천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을 손익에 반영하면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고 자본조정계정에 반영해도 자본잠식이 될 것이 뻔하다. 회계기준심의위원회는 8천억원의 환산손실을 부채를 갚을 때까지 이연부채 계정으로 분류해 10년간 일정비율로 분할상각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A항공은 8천억원의 환산손실을 자본이나 손익계정에 넣지 않고 이연부채로 처리하고 이중 10분의1인 8백억원만 상각(비용처리)하면 된다.
대우증권은 원화환율이 1천6백원일 때 국내 기업이 부담해야 할 환산손실이 20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회계방식 변경을 국제통화기금(IMF)이 허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증권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도 실현되지 않은 환산손실을 재무제표에 즉각 반영하지는 않는다』며 『환산손익을 이연자산이나 이연부채로 처리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의 회계처리기준을 기업들을 위해 인위적으로 바꿨다는 것이 IMF의 투명한 회계처리 방침과 대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증권감독원도 이를 의식해 이번 회계처리기준 변경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재정경제원 등과 협의한 후 시행할 계획이다.<정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