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대표 긴급기자회견/전문] “盧, 민주당 반개혁세력으로 비하”
입력 2004.01.15 00:00:00
수정
2004.01.15 00:00:00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15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중 민주당 관련 부문에 대해 사과를 촉구했다.
조 대표는 노 대통령이 생방송을 통해 의도적으로 민주당을 반개혁 세력으로 폄하하고,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며, 노대통령이 취소와 사과를 할때까지 비장한 각오로 대처할 것임을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조 대표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소속 의원 및 당직자들이 청와대 앞으로 이동해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 기자회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친애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어제 노무현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을 시청하면서, 저의 귀와 눈을 의심했습니다. 경악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노대통령이 뒤늦게나마 민생과 경제를 챙기겠다고 말씀하시기에, 저는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판단은 빗나갔습니다.
노대통령은 민생과 경제를 챙기겠다고 말한 그 입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또 다시 민주당 죽이기를 통한 총선 챙기기에 나섰습니다.
노대통령은 마치 민주당이 개혁에 반대하고 노대통령에게 반대한 사람들의 집단인 양 비하했습니다.
노대통령은 열린우리당만이 개혁세력인 것처럼 오도했습니다. 노대통령의 이 발언은 중대한 망언입니다.
첫째, 노대통령은 사실을 왜곡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개혁을 주도해온 유일한 정치세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대통령도 민주당에 몸담았던 것 아닙니까. 그런 민주당을 반개혁세력인 양 매도한 것은 배반이기 이전에 거짓말입니다.
민주당은 헌정사상 최초의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선출한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모든 당력을 모아 노후보를 도왔습니다.
2002년 겨울 민주당의 100만 당원은 활동비 한 푼 지원받지 않으면서도, 새벽밥을 먹고 추운 길거리들 돌면서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대선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일했던 저 자신을 포함해, 국민참여운동본부장 추미애 동지, 홍보위원장 김경재 동지, 대변인 이낙연 동지 등은 노후보 선대위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저희들은 모두 민주당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노대통령에게 반대한 사람들의 집단인 양 발언한 것도 배신이기 이전에 거짓말입니다.
열린우리당만이 개혁세력인 양 말한 것 또한 사실과 동떨어집니다. 측근비리로 줄줄이 사법당국에 잡혀가는 것이 개혁입니까.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하고 그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이 개혁입니까. 군납비리로 뇌물을 받고 미군부대에서 도박을 하는 것이 개혁입니까.
민주당 중앙당에서 지원한 지방선거 자금을 쓰지 않고 노대통령이 경영한 생수회사의 빚을 갚은 것이 개혁입니까. 1억원을 받는 자리에 대통령후보가 동석한 것이 개혁입니까. 돈을 달라고 대통령후보가 먼저 요구한 것이 개혁입니까.
그 모든 것은 부패일 뿐입니다. 더러운 손으로 개혁을 실천할 수 없는 것처럼, 더러운 입으로 개혁을 말해서는 안됩니다. 노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출범한 이래 과연 무엇을 개혁했습니까. 열린우리당은 창당한 이후에 과연 무슨 개혁정책을 제시했습니까.
둘째, 노대통령의 발언은 정치도의를 저버렸습니다. 아니, 그 이전에 노대통령의 인간적 품성을 의심케 합니다. 자신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민주당, 자신을 대통령후보로 공천하고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을 그토록 모질게 매도하는 것은 정치도의 이전에 인간 품성의 문제입니다.
자신이 마시던 우물에 침을 뱉는 행위는 보통사람도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그 우물을 함께 마시던 사람들에게 뒤에서 욕설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이 그런 언동을 일삼는다면, 이 나라 국민의 정서는 얼마나 황폐해지겠습니까. 자라나는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겠습니까.
셋째, 노대통령의 언어습관이 국가적 불행을 낳고 있습니다. 노대통령의 불안정하고 무절제하고 부적절한 언행이 국정 혼란과 국민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는 정도를 넘어서, 이제는 국민이 대통령을 부끄러워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가장 시급하게 개혁돼야할 것은 노대통령의 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노대통령은 언어습관을 바로잡을 생각이 정녕 없는 것입니까.
넷째, 노대통령의 발언은 명백한 불법 선거운동입니다. 중앙선관위는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돕는다”는 노대통령의 지난해 12월 24일 발언에 대해 주의를 준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노대통령은 선관위의 주의를 무시한 채, 더욱 노골적인 민주당 죽이기 언동으로 불법선거운동을 자행했습니다.
대통령이 선관위의 주의를 무시하면서, 총선 후보들에게 선관위의 지도에 따르라고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공명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이 국가기관의 공식입장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국민들에게 국가기관에 협조하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국가기강이 바로 설 수 있겠습니까.
노대통령께 국민과 100만 당원의 이름으로 요구합니다.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자신이 몸담았던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을 잇따라 모욕한 망언을 취소하고, 국민과 민주당 100만 당원 앞에 정중히 사과하십시오. 노대통령이 취소와 사과를 할 때까지, 민주당은 비장한 각오로 대처해 갈 것임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친애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무엇이 개혁이고, 무엇이 반개혁입니까. 노대통령의 생각처럼 대통령 측근비리와 불법 대선자금 모금 및 유용이 개혁이고, 민주당이 반개혁입니까.
저는 노대통령께 제의합니다. 무엇이 개혁이고, 무엇이 반개혁인지, 노대통령과 제가 1대1로 TV를 통해 공개토론을 벌일 것을 정식으로 요구합니다.
지금 청와대는 비리 연루자까지 열린우리당 후보로 4․ 15 총선에 내보내려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일부 선거사범을 설날 전후에 사면복권해 열린우리당 후보로 총선에 내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이것이 개혁입니까. 더러운 입으로 개혁을 말하기 전에, 이런 반개혁적 작태부터 즉각 중지해야 합니다.
저는 진정한 정치개혁을 위해 정당들이 기업의 자금을 일절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8일 저의 연두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회의원이나 후보자를 포함한 모든 선거직 인사나 그 지망생은 형의 집행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사면복권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입법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노대통령은 총선에만 눈이 멀어 있습니다. 열린우리당 띄우기와 민주당 죽이기에만 빠져 있습니다. 노대통령께 충언을 드립니다.
부디 대통령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주십시오.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에 매진해 주십시오.
어제 노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에서 어느 기자가 독도문제를 질문했는데도, 노대통령은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얼버무렸습니다.
일본 총리는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한민국 대통령은 왜 얼버무립니까.
중국이 고구려사를 왜곡해 중국역사에 편입하려 하는데도, 노대통령은 왜 한마디 말이 없습니까. 이러고서도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까.
대통령이 불법 선거운동에만 앞장 설 일이 아닙니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해야할 일에 충실해야 합니다.
노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포기한 상태가 아니기를 충심으로 바랍니다.
오늘 말씀드린 저의 몇 가지 요구와 제안과 충언에 대한 노대통령의 태도를 지켜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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