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를 상장(IPO)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공정거래위가 규제하고 있는 대기업 순환 출자 고리의 91%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80곳 중 상장된 회사는 단 8곳에 불과하고 일본 롯데그룹의 경우, 계열사 37곳 가운데 상장사가 단 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불투명한 롯데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호텔롯데는 일단 외형상으로는 ▲ 최근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및 평균 700억원 이상 ▲ 자기자본이익률(ROE) 최근 사업연도 3% 또는 이익액 50억원 이상 ▲ 영업현금흐름 양(+) 등의 유가증권 시장 기본 상장요건을 이미 갖춘 상태이다. 주식 분산 요건도 여러 방식의 공모를 통해 맞출 수 있지만 결국 관건은 오너가의 결단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연내 상장할 예정이던 롯데정보통신 기업공개(IPO)가 잠정 연기된 상황에서 단순히 작은 계열사 한두 곳을 시장에 공개하는 일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면서 “오히려 롯데의 심장부 격인 호텔롯데가 수면 위로 과감히 드러나야만 이번 사태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권가에서도 호텔롯데의 상장 시나리오가 조금씩 거론되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호텔롯데가 상장하면 회사 전체의 가치(시가총액)가 7조~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증권은 지난달 29일 보고서를 통해 “후계 구도와 지배권이 어떤 형태가 되든지 시장에선 그룹 지배구조상 핵심에 있는 롯데쇼핑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과 호텔롯데의 상장 가능성에 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보고서를 쓴 차재헌 애널리스트는 지난 2013년 11월에도 “호텔롯데의 호텔·면세점·리조트 사업이 저성장시대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룹차원의 자금조달이 필요하고 상장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지분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호텔롯데의 상장은 순차적으로 롯데그룹의 계열분리와 지배구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예견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호텔롯데의 단독 상장뿐 아니라 한국 롯데의 두 핵심축인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의 합병 후 상장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편, 롯데그룹은 작년 하반기에 한국 롯데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는 호텔롯데에 대한 IPO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월드타워 건설에 들어갈 자금 확보와 향후 계획된 호텔·리조트 개발사업의 자금 확보 목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