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



국회가 또 한발 늦었다.

지난해 8월 처음으로 발의된 '학교 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법'이 지난 23일에서야 관련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법안은 지난해 7월 충남 태안에서 해병대 캠프 활동 중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숨진 후 발의된 것으로 학교장이 수학여행의 안전대책을 수립 및 점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해 법안이 논의돼 통과됐다면 이번 세월호 사고와 같은 일은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관련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학생들의 안전에 큰 관심이 없었다. 대신 이들은 지난해 교학사 역사 교과서 문제로 정쟁을 벌였고 학교 안전사고 예방법이 처음 소위에 상정된 2월에는 소치 올림픽을 참관하러 가기까지 했다. 그 사이 학생들은 위험천만한 수학여행을 가야 했다.

법이 상임위를 통과했다고 해서 이제 안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청소년 수련활동으로 인증된 프로그램은 1,995건으로 지난해 한 해 인증프로그램을 이용해 외부에서 체험활동을 한 학생은 5만4,000여명, 전체 초중고생의 0.8%에 불과하다.

애초에 정부로부터 교육성과 안전성을 인증받지 못한 체험활동이 홍수를 이루면서 학교장이 사전에 안전대책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실을 법이 채워주지 않는 한 우리 사회가 학생들의 안전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교문위 소속의 한 의원은 "학교 안전사고 예방법 내용을 보면 선언적 내용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현실에서 학생들의 안전이 담보되기 위해서는 법안이 실제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함을 의미했다. 국회가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뒤늦게 보여주기식으로 법을 처리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다.

현재 국회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선박의 허술한 관리체계, 선장의 책임 결여, 해양수산부 출신이 관계기관 장을 맡으면서 발생하는 유착 같은 문제를 막아야 한다며 다수의 법안이 상정돼 있다. 이 법안들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채 선언적 내용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재현되지 않도록 현실적인 대책을 법으로 도입해야 하는 게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정치부=김지영 기자 ji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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