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미술시장 '그들만의 리그'

최근 국세청이 고소득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에는 대형화랑 몇 군데도 포함됐다. 이번 조사는 세금 탈루가 포착된 업체가 대상이라는 점에서 5년마다 실시하는 법인의 정기 세무조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국세청측은 “최근 미술 시장이 커지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대형 화랑들의 소득 신고액은 턱없이 적다”며 화랑을 조사대상에 포함시킨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화랑들의 탈루 행태는 거래 내역을 일부러 빠뜨리고 신고해 수익을 고의로 줄이는 수법이 대부분이다. 화랑에서 판매되는 작품을 일일이 파악하기가 쉽지가 않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 미술시장이 살아나면서 미술품 거래에 대한 과세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국내 미술시장은 경매ㆍ아트펀드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면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화 향유와 아울러 재테크를 위한 투자가치로도 손색이 없어서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 미술시장은 사실상 ‘치외법권’ 지대에 있었다. 1990년 정부가 미술품 양도소득세 근거를 마련했으나 당시 미술시장의 침체에 따른 화랑계의 반발로 수 차례 시행을 연기하다 2003년에는 국회가 나서서 아예 근거 조항마저 없애버렸다.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문화 선진국에서는 미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 양도소득세와는 별개로 작품 판매 세금(sales tax)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세에도 불구하고 미술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데는 부동산ㆍ주식 등 다른 자산이 가지지 못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인기를 끄는 일부 작가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는 국내 미술시장에 대한 일괄적인 과세가 부당하고 시기상조라는 미술계의 반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국내 미술시장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이젠 어떤 형태로든 과세 문제를 짚어 봐야 할 시기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부과된다’는 조세 형평의 원칙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법인의 소득에 대한 과세는 당연하다. 납세를 통해 화랑은 건전한 미술시장을 키우고 나아가 미술계 문제점 개선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도 얻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의 미술시장은 저변 확대는 커녕 상위 1% 부자들의 ‘세(稅)테크’를 위한 ‘그들만의 리그’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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