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들 '거물급 전관' 영입 경쟁

송무분야 강화위해 퇴임 판·검사들에 잇단 러브콜
"전관, 로펌 직행하는건 재판에 영향" 우려속
"경쟁력 강화위해 불가피한 측면" 반론도


법원과 검찰의 정기인사 시즌과 맞물려 법복을 벗는 판ㆍ검사들이 잇따르면서, 국내 로펌들이 이들에 대한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특히 전관영입이 전무 하다시피했던 법무법인 지성도 거물급 전관 영입에 사활을 거는 등 로펌들의 전관영입 경쟁이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법원을 떠나는 판사는 역대 최대 규모로 법원장급 4명 등 전국적으로 96명에 달한다. 검찰 역시 새정부 출범 등의 영향으로 고검장급 5명 이상 등 20여명이 옷을 벗기 때문에 과거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인력시장이 형성될 전망이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한위수(연수원 12기) 서울고법부장, 김득환(〃 15기) 서울중앙지법 부장 등 부장판사 2명을 영입했다. 또한 조용기(〃 30기) 대전지법 홍성지원 판사, 이진우(〃 32기) 춘전지법 판사, 김필용(〃 33기) 서울남부지법 판사, 고경남(〃 34기) 서울남부지법 판사, 홍연숙(〃 26기) 대구지검 검사 등 젊은 판ㆍ검사들을 대거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법무법인 화우는 박송하(〃 3기) 전 서울고법원장과 이주흥(〃 6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거물급 법원장 2명 등 6명의 전관을 영입했다. 특히 화우는 ‘황우석 사건’, ‘조관행 사건’ 등 굵직한 형사재판을 도맡았던 황현주(〃 14기) 서울중앙지법 부장과 어영강(〃 29기) 서울중앙지법 판사, 정경인(〃 29기) 서울북부지법 판사 등을 영입, 송무 분야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은 이영구(〃 13기) 서울고법 부장, 변희찬(〃 16기) 서울중앙지법 부장, 한주한(〃 19기) 수원지법 부장, 이준승(〃 20기) 사법연수원 교수 등 부장판사급 4명과 김성우(〃 34기) 대전지법 판사를 영입했다. 세종의 한 관계자는 “송무분야 강화를 위해 전년보다 더 많이 전관출신 변호사를 영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은 이를 위해 조만간 고위 검찰 출신도 영입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전관 영입이 거의 전무했던 법무법인 지성도 이례적으로 이호원(〃 7기) 전 서울가정법원장을 전격 영입했다. 지성의 강성 변호사는 “로펌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대형 송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참급 전관에 대한 영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지성은 또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근무했던 홍성준(〃 23기) 판사를 영입해 최근 급격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파산 업무를 맡길 계획이다. 전통적으로 송무에 강한 법무법인 로고스도 권남혁(〃 3기) 부산고등법원장, 진종한(〃 25기) 서울고법 판사를 영입했다. 법무법인 율촌도 김철환(〃 22기) 특허법원 출신 변호사 및 고참급 판사 2명과 고참급 검사 1명을 영입했다. 국내 최대인 김앤장은 김수형(〃 11기) 서울고법부장을 비롯해 부장판사 4명, 평판사 2명을 영입했다. 김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5년 동안 지냈으며 행정법원과 서울고법 특별부에서 4년 동안 행정소송을 맡은 행정소송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법무법인 광장 최근 10여명의 전관을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로펌들이 영입한 전관들은 대부분 송무분야에서 전문성이 검증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송무분야도 기업자문과 지적재산권, 공정거래 분야에 이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영역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로펌 관계자는 “송무분야는 법률시장 개방에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로펌들이 송무강화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 송무분야도 국내 로펌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직에서 나온 전관들이 시차 없이 곧바로 로펌으로 직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한 변호사는 “법조계의 전관예우 관행이 존재하는 한 거물급 전관의 경우 재판에 직ㆍ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전관들의) 좀더 신중한 처신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부 로펌은 내부에서 홍보효과 등을 위해 지나치게 거물급 전관에 대해 출혈적으로 영입하는 관행에 대한 불만도 끊이질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전관영입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만 볼 것이 아니라 대부분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검증받은 인물들”이라며 “로펌 경쟁력을 위해서는 전관영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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