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의 '자살보험금' 환급이 다시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생보업계가 법적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소송전이 벌어질 경우 다른 생보사 검사는 일단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총 5,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자살보험금을 고객들이 환급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당국과 생보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금융위원회에서 ING생명에 대한 제재방안를 의결하는 대로 ING생명 측에 제재내용을 정식으로 통보할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ING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해 "약관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맞다"며 기관 주의와 과징금 4,900만원, 임직원 주의 조치 등을 내렸다. 이 같은 제재내용이 정식 통보되면 ING생명은 30일 동안 이의신청 기간을 갖게 된다.
금감원은 이의신청 기간이 끝나 제재가 확정되는 오는 10월께 다른 생보사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검사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과 라이나생명을 뺀 국내 대다수 생보사들이 모두 특별검사 대상이다.
금감원이 이들 생보사들에 대한 특별검사에 나서게 되면 생보업계 전체가 금감원 징계에 따른 비상이 걸리게 된다.
금감원은 다만 ING생명이 법적 대응에 즉각 나설 경우 특별검사를 당장 다른 생보사로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내부방침을 세웠다.
법원의 판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생보사에 대한 전면검사에 나서는 것은 금감원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ING생명이 소송전에 나설 경우 생보사 전체에 대한 특별검사는 일단 중지할 수밖에 없다"며 "법적 방어권은 최대한 보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생보업계 전체가 걸려 있는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는 ING생명의 선택에 달리게 됐다.
ING생명이 소송에 나서면 생보사들은 일단 금감원의 검사를 피하며 시간을 벌 수 있고 소송에서 이길 경우 자살보험금 자체를 환급해주지 않아도 되는 최상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구조를 알고 있기 때문에 대형 생보사들이 ING생명에 소송에 나서라며 우회 압박을 하고 있다"며 "ING생명이 소송을 하지 않을 경우 개별적 소송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형 생보사들은 최근 김앤장 등 대형 로펌의 법률자문을 받으며 승소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선이 집중되는 ING생명은 일단 법적 대응에 대한 공식적인 결정을 확정 짓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ING생명 측의 한 관계자는 "당국의 제재가 정식으로 통보되면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