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칼럼] 남의 자식 꿈 가로채는 범죄들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

대입 부정ㆍ채용비리 판쳐

연줄ㆍ빽 없으면 힘든 사회

서바이벌 오디션 같은

공개경쟁체제 확립해야

감사원이 지난 3년간 대학의 농어촌특별전형 합격자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출신 고교 소재지와 부모의 근무지가 다른 학생이 4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농어촌특별전형 혜택을 노린 도시 출신 학생들이고 학부모들이 가짜 농어민 행세를 한 것으로 보여 대학 부정입학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서울대ㆍ연대ㆍ고대 등 인기 대학이 포함됐고 부모 중에는 공무원도 있다고 한다. 대학들은 도시에 비해 사교육 여건이 불리한 농어촌 학생들을 배려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농어촌특별전형을 통해 전체 모집정원의 4%를 정원외(外)로 뽑는데 한 해 입학생이 1만2,000명에 이른다. 농어촌 출신끼리만 경쟁하기 때문에 인기 대학 들어가기가 비교적 수월한 농어촌특별전형 부정은 힘겹게 사다리를 오르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학생들의 꿈을 가로채는 파렴치한 범죄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점검에서 드러난 지방공기업들의 채용 실태도 복마전(伏魔殿)이다. 특정 응시자만 유리하게 평가하거나 자격조건도 안되는 지방자치단체 간부의 자녀를 뽑는 등 특혜채용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되고 있다. 공고ㆍ접수기간을 줄여 경쟁률을 1대 1로 낮추고, 멋대로 전형기준을 바꾼 뒤 특정인에게만 알려주거나, 팀장급을 공모하면서 응시자격을 관할 지자체 공무원으로 제한하는 등 꼼수는 무궁무진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사회’를 국정기조로 내걸었지만 이를 비웃듯 지방공기업의 인사 비리가 만연하고 있다. 빽 있는 사람들의 자제를 특혜 채용하는 고질적 병폐는 달라진 게 없다. 채용 과정의 정실ㆍ특혜ㆍ비리가 지방공기업 뿐이겠는가. 정부산하 공기업ㆍ공공기관ㆍ산하단체ㆍ지자체는 물론 민간기업 등 우리 사회 도처에 이런 비리가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 어느 조사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연줄이나 빽 없이 취직하기는 극히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러니 힘 없고 빽 없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효율을 우선시하는 민간부문에서는 그래도 내부감사 등을 통해 비리가 어느 정도 관리된다. 내 기업을 내 자식에게 물려준다면 구태여 시비 걸 일도 아니다. 그러나 공공부문에서는 ‘대리인(代理人) 문제’가 훨씬 심각한 만큼 제 자식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한 채용 비리는 엄격히 막아야 한다. 공기업의 채용 비리가 더욱 문제되는 것은 공기업의 일자리가 ‘철밥통’이든 ‘신(神)이 부러워하는 자리’이든 간에 국민의 것이지 공기업 임직원이 제 자식에게 빼돌려도 되는 자리가 아니다. 그동안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이 수없이 지적돼왔는데 채용 비리까지 만연해 있다면 존재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 어떤 절차보다 공정해야 할 분야가 교육과 채용이다. 우리 사회에서 높은 교육열은 교육이 우리 자녀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보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녀들을 유아시절과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보내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겪는 것도 결국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채용과정에서 온갖 빽이나 비리ㆍ협잡이 저질러지면 그동안 투자해온 모든 노력이 허망하다. 채용비리는 교육과 채용에 대한 우리의 기대에 대한 기만이다. 우리가 애써 모아놓은 재산을 마지막 단계에서 협잡으로 가로챈다면 이보다 가증스러운 일이 있겠는가. 수많은 젊은이들이 기회를 박탈당하고 실의에 빠지는 것이 공정사회인가.

채용 과정에서 공정성을 담보하는 수단은 오직 치열한 공개경쟁 뿐이다. 요즘 방송을 통해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슈스케3’ ‘K팝스타’ 등을 보라. 이들의 인기를 뒷받침하는 핵심 무기는 치열한 경쟁을 이끌어내는 서바이벌 오디션 방식에 있다. 공기업의 채용 비리를 엄격히 감시하고 공정한 경쟁체제를 확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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