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경영계 간 의견 불일치로 노사정 대타협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경영계가 호봉제를 폐지하고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현행 임금체계를 법을 통해 전면 개편해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호봉제를 비롯한 현행 연공급제를 그대로 두면 다가오는 '정년 60세' 시대에 기업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는 3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노동개혁에 대한 경제5단체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 개혁 노력에 노동계가 동참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연공급제를 타파하고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혁해 청년고용 절벽을 해소해야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의 최대 피해자는 미취업 청년들"이라며 "성과와 임금이 따로 노는 임금체계가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국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연공성 때문에 지난해 기준 국내 장기근속자(20~30년)의 연봉은 신입사원의 3.1배에 달한 반면 통상임금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 등 각종 노동 이슈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면서 청년 실업률은 10%에 육박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임금피크제 도입 의무화, 일반해고 요건 명확화 등은 정부 지침이 아니라 법 개정을 통해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며 "여러 이슈를 아우르는 근본적인 노동개혁 없이는 기업들의 투자·채용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5단체는 특히 "기득권 노조의 과도한 경영개입과 고용세습 같은 불합리한 요구가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과 취약 근로자들의 처우개선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전제한 뒤 "파업을 통한 노조의 불합리한 요구에는 대체근로를 허용해 노사 간 대등한 협상이 가능하도록 하고 무분별한 인사·경영권 침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일부 대기업 노조의 불합리한 관행에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