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파문의 마침표인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국회의 힘 겨루기가 결국 국회의 판정승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최근 법제처와 농림수산식품부가 각각 가축법이 행정권 침해에 따른 위헌논란과 통상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여야 지도부가 연일 맹공을 퍼부으며 논란의 조기 진화에 나선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2일 C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법제처의 가축법 위헌 우려 표명에 대해 "생뚱 맞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제처장은 이전에 (한미쇠고기 협정을 반영한) 수입위생조건을 장관 고시로 하는 게 문제가 있다며 법률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이번엔 (여야가) 고시를 법률로 만드니까 입법권이 행정권을 통제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입법부는 행정부를 감시 통제하는 기구이며 이런 감시 통제는 행정권 침해가 아니라 헌법상 당연한 권능"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홍 원내대표는 또 전날 장태평 신임 농림부 장관이 가축법과 관련해 국제 통상마찰 우려를 제기한 것과 관련, "임명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장관이 업무파악을 잘해서 좀 더 신중하게 대처하고 발언 했으면 좋겠다"며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가 각료들을 직설적으로 성토한 것은 정부 일부 부처의 설익은 입장표명이 자칫 당정청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가축법과 국회 원구성협상 과정에서 다소 실추됐던 당내 지도력을 회복하고 당당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풀이됐다. 김정권 원내공보 부대표도 "법제처가 (가축법에 대한) 해석을 잘못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정부측에 대해 은근한 자중의 경고를 날렸다.
야당도 정부에 강력히 대응하고 나서 정부가 더 이상 가축법 논란을 쟁점화할 경우 궁색한 처지에 몰리게 됐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법제처의 위헌 우려 표명에 대해 "해괴한 논리"라고 질타했다. 서갑원 민주당 수석 원내부대표 역시 "가축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법을 헌법과 국제법을 동원해 비판한 것은 가당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