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할부 수수료 인하… 중소 딜러사, 반사이익 기대… "고마워요! 현대차"

현대차·카드사 합의로 他업체도 조정 불가피
수수료 부담 낮아져 경영에 숨통 트일 듯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에 위치한 수입 딜러사의 전시장 내부. 현대차가 카드사의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인하를 이끌어내면서 딜러사들이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 /서울경제DB


자동차 딜러사(판매사)들이 현대자동차의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협상 결과에 내심 반가워하고 있다. 현대차가 KB국민카드의 복합할부 수수료를 낮추면서 자신들도 수수료율을 인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차에 비해 규모가 작은 딜러사들은 복합할부로 나가는 수수료 탓에 경영에 부담을 느껴왔다.

우선 대표적인 수혜주는 한국GM 딜러사들이다. 한국GM의 국내 판매량은 현대차와 기아차에 이어 3위이지만 차 판매는 모두 딜러사를 통해서 하고 있다. 삼화모터스와 대한모터스, 아주모터스, 스피드모터스, SS오토 등이 한국GM의 딜러사들이다.

수도권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삼화모터스의 관계자는 23일 "현대차의 KB카드와의 협상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도 카드사들에 복합할부 수수료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화모터스를 포함해 딜러사들의 복합할부 수수료율은 신용카드와 비슷한 2% 안팎 수준이다. 복합할부는 가맹점(차 판매사)과 관계없이 동일한 구조의 상품이기 때문에 현대차가 내려가면 다른 곳도 따라 인하될 수밖에 없다.

이미 현대차가 KB카드와의 협상에서 1.85%였던 것을 1.5%로 내렸고 삼성이나 신한카드 등에는 체크카드 수수료율인 1.3%를 요구할 예정이어서 다른 딜러사들 입장에서는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 있게 됐다.

실제 신용카드사들도 현대차의 수수료율을 조정하게 되면 다른 곳들도 내려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KB카드의 한 관계자는 "동일한 복합할부 상품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어느 정도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인하 폭은 업체별로 조금씩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도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 르노삼성 차 구매자의 약 40% 안팎이 카드로 결제하는데 이들 중 대부분이 복합할부인 것으로 회사 측은 추정하고 있다. 현대차의 뒤를 따라 1.9%인 수수료율을 낮추게 되면 수수료로 나가는 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르노삼성은 보고 있다.

BMW나 벤츠 같은 수입차 업체도 마찬가지다. 전속 할부금융사를 두고 있어 복합할부 결제비중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대차가 수수료율을 낮춰놨기 때문에 앞으로 복합할부에 관한 부담을 덜게 됐다. 지난달 '외국인투자기업 규제개선 간담회'에서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복합할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코오롱모터스 같은 주요 수입차 딜러사들도 1.9~2%대 초반의 복합할부 수수료율(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특히 중소 딜러사들 입장에서는 복합할부가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A딜러사만 해도 2012년에 40%였던 할부금융 비중이 지난해에는 20%로 줄고 신용카드 결제는 30%에서 50%로 뛰어올랐다. 신용카드 결제가 급증한 데는 복합할부가 원인이라는 게 A사 생각이다. A사는 이 때문에 최근 영업사원들에게 카드로 결제하면 차량 판매수당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만들기도 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4.4%에 불과했던 복합할부를 통한 자동차 구매결제 비중은 지난해 34.5%까지 상승했다. 현대·기아차와 딜러사들의 수수료 부담액도 2010년의 164억원에서 지난해에는 872억원으로 급증했다.

딜러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열심히 차를 팔아서 카드사에 모두 바치는 꼴이었는데 현대차가 수수료율을 낮추면서 경영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현대차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처음부터 복합할부 문제를 제기했을 때 현대·기아차만 이익을 보고 한 게 아니라 자동차 업계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며 "지난 6월 자동차산업협회가 복합할부 상품 폐지를 건의한 것도 업계 공동의 문제이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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