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기회복 모멘텀 강하지 않다"

4분기 지역경제보고서 발표
소비 침체·엔화약세·중국 둔화 '3중고'

우리 경제가 완만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회복 모멘텀은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고 있지 못하고 있는데다 엔화 약세, 중국의 성장 둔화가 심화되며 국내 경기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26일 발표한 ‘4분기 지역경제보고서(골든북)’에서 “4분기 건설투자와 수출은 3분기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설비투자가 보합세를 나타냈고 소비 회복세는 미약하다”면서 “종합적보면 국내 경기는 완만한 개선 추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회복 모멘텀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골든북은 한은 16개 지역본부가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면담과 설문조사를 통해 경기 흐름을 파악·분석하는 보고서다.

생산 측면에서는 제조업과 전기전자(IT),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전 분기에 비해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권, 호남권, 제주권, 강원권의 생산이 소폭 증가했다. 그러나 대경권(대구·경북지역)의 생산이 3분기 소폭 증가에서 4분기 보합세로 악화됐고 부산과 울산, 경남 등 동남권은 여전히 보합세에 머물렀다.

소비심리가 악화된 탓에 소비 회복세는 미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계절적인 영향으로 강원권과 제주권의 소비가 소폭 증가했지만 수도권이 보합 수준에 머물렀고 동남권은 전 분기에 비해 소비가 위축됐다. 소비자심리지수는 8월 일시적으로 상승했던 소비자심리지수는 10월 들어 재차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 엔화 약세에 대해서는 수도권과 동남권의 지역 경기에 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의 경우 휴대폰과 자동차 수출이 부진했고 동남권은 기계업종이 엔화 약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또 중국의 성장 둔화로 국내 기업의 수출이 더욱 둔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대중국 수출 증가율이 감소한 전국 317개 제조업체 중 39.1%가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가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고 29.9%는 휴대폰과 석유화학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기업이 한국 기업을 대체하는 것이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의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절반 가량이 4분기 주택구입 및 거래건수가 전 분기와 비슷하다고 답했다. 금융기관 69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신규 취급된 주택담보대출의 용도 중 50.3%가 주택구입에 사용됐고 나머지 절반은 생활자금(18.2%), 차입금상환(17.5%) 등 다른 목적으로 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