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 아닌 중화민족 간의 협력… 중국·대만 기업 구분 의미없어

대만계 유통업체 데니스그룹 차이잉더 대표


"대만 기업이요? 아니죠. 중국 내수 유통업체죠."

차이잉더(사진) 데니스그룹 대표는 대만계 유통업체라는 표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양안 경제협력의 모범 사례가 아니냐는 질문에도 차이 대표는 "모범 사례가 아니고 고향을 찾아 성공한 중화기업일 뿐"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대만 기업, 중국 기업의 구분이 필요 없다는 말이다.

대만계 유통업체인 데니스그룹은 지난 1997년 11월 정저우시에 1호점을 연 뒤 올해로 16년째 허난성 1위 유통업체로 자리를 잡고 있다. 데니스는 현재 백화점 18개, 하이퍼마켓 48개, 편의점 120 개 등 186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18% 늘어난 156억위안을 기록했다. 중국 전체 유통업체 가운데서도 14위의 실적이다.

데니스그룹의 중국 진출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 떼 방북을 떠올리게 한다. 허난성 신안현이 고향인 대만 둥위그룹의 왕러성(78) 회장이 고향에 유통업체를 만들자는 계획으로 시작한 데니스는 불과 16년 만에 모기업인 둥위그룹의 10배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차이 대표는 "다른 대만 기업처럼 중국에 수출만 하는 게 아니라 중국 내수시장에 직접 진출하기 위해 정저우에 데니스를 오픈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의 소 떼 방북으로 이어진 금강산 관광사업이 연속성을 가졌더라면 지금쯤 현대를 발판으로 우리 중소기업들이 개성공단이 아닌 북한 내륙 깊숙이 진출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정저우시의 신도시인 정동신청 6천지 건물에 들어선 데니스 매장에는 대만 기업들이 1ㆍ2ㆍ3층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1층 잡화상부터, 차 판매점, 신발, 의류 등이 2층에는 커피숍, 아이스크림가게, 음식점 등이 모두 대만 중소기업들이다. 차이 대표는 "대만 업체들이 진출할 때 한 품목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는 편집매장 형태를 권하고 있다"며 "대만과 또 다른 특징을 가진 시장인 만큼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판매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대만기업협회장을 지낸 대만 치아오지그룹의 장한웬 총재는 "과거에는 대만의 생산기지로 본토를 이용했지만 이제는 내수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며 "양안 경제협력은 다른 체제가 아닌 중화민족 간의 협력"이라고 말했다.

차이 대표는 매월 대만 중소기업들과 입점설명회를 개최한다. 물론 한국을 포함한 다른 동아시아권 국가의 업체들도 내륙시장 진출을 위해 데니스를 노크하지만 우선순위는 대만 기업들이다. 그는 "올해 중국 경제가 좋지 않지만 허난성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다른 내륙지역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베이징ㆍ상하이 등 대도시보다는 내륙시장에 눈을 돌리라고 대만 기업들에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니스도 연안이 아닌 중부 내륙인 허난성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차이 대표는 "다른 대만 유통업체들이 산시ㆍ후난ㆍ후베이 등 내륙으로 진출한다면 도움은 주겠지만 허난성 외 지역에는 진출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창업자의 뜻이기도 하지만 1억500만명의 시장이면 충분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내륙은 이르면 10년, 늦어도 20년 안에는 미국의 시카고와 같은 변화를 보일 것"이라며 "이 시장을 대만 등 중화기업들이 선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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