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을 끌어온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작업이 정부의 전면 재검토방침에 따라 결국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통합무산의 주공ㆍ토공 통합법안을 처리하지 않는 정치권에 1차적인 원인이 있지만 정부가 달라진 여건을 빌미 삼아 사실상 통합포기를 선언한 것은 정책 일관성 부재와 눈치보기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두 기관의 과당 경쟁과 중복투자에 따른 예산낭비는 물론 공기업 개혁구도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논리에 희생된 공기업 개혁=두 기관의 통합이 무산된 근본적인 배경은 정치권의 반대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는 98년 공기업 경영혁신계획에 따라 통합을 확정한 뒤 2001년 난산 끝에 통합법안(한국주택토지공사법)을 2001년 10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 법안은 3년째 건설교통위에 계류중이다. 정치권은 졸속으로 통합을 추진할 경우 거대 부실공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시기상조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역구의 표를 의식한 정치논리가 통합반대의 실제 이유임은 불문가지다.
◇정부는 통합 백지화 명분론 찾기에 급급=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두 기관의 통합은 물건너 간 것이 아니냐며 통합무산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국회가 반대하는데다 국민의 정부가 마련한 공기업 민영화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는 참여정부의 컬러상 통합작업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문제는 통합백지화의 명분을 어떤 식으로 찾느냐는 것이다. 그 동안 줄곧 공기업의 효율성제고와 개혁을 내세워 주공ㆍ토공 통합론을 밀어붙이던 정부로서는 뭔가 그럴듯한 통합 백지화 명문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가 1차적으로 총대를 멨다. 지난 4일 최종찬 건설교통부장관은 “행정수도 이전과 개성공단 건설 등 두 공사가 해야 할 사업이 늘어나고 있고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두 공사의 통합을 사실상 포기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날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의 두 공사 통합의 전면 재검토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박장관은 나아가 “국회 용역결과도 두 기관의 통합보다는 각각 전문성을 살려 독립해 가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나왔다”며 “따로 가는 게 낫다면 그렇게 조기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 시너지는 과연 없을까=전문가들은 독자운영이 바람직하다는 국회 용역결과는 정치권의 시간벌기 내지는 개혁법안 통과거부에 대한 부담을 희식시키기 위한 졸속용역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국회 용역기관인 동서문제연구원은 주택과 토지분야의 전문인력을 보유하지 않아 용역의 전문성과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정부가 국회 용역자료를 인용하는 것은 명분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주택공사의 주택건설은 토지공사의 택지개발기능과 합쳐져야 시너지효과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권구찬,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