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캐나다·멕시코 15일 에너지장관 회담… 북미판 OPEC 탄생하나

3개국 하루 생산량 2,000만 배럴
'와해 수준' OPEC 대항마 부상
新 에너지 전략기구 창설 힘 실려


미국을 주축으로 캐나다·멕시코 등 북미지역 산유국 에너지 장관들이 오는 15일 3자회동을 하기로 해 이른바 '북미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탄생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세계 최대 석유 카르텔인 OPEC은 원유가격 결정 기능을 잃고 붕괴수순을 밟고 있다는 진단이 나와 국제석유시장의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국·캐나다·멕시코 에너지 장관들이 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3자 회동을 할 계획이다. 미국 측은 이번 회동이 북미지역 국가들의 에너지 분야 협력증진과 전략적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개최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OPEC 회의 후 국제유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열리는 것으로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미 산유국들을 중심으로 OPEC 대항세력을 형성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캐나다·멕시코산 원유는 셰일가스·오일샌드·심해유전 등을 기반으로 해 중동산보다 생산비용이 높고 유가하락에 취약한 것이 특징이다. 텔레그래프는 "미국이 석유산업 부흥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지만 OPEC이 (유가하락을 통한) '목 조르기'를 계속한다면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수는 없다"며 "미국이 OPEC을 견제할 기구를 만들려고 생각하는 데도 일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미 3개국의 일일 원유생산량은 지난해 4·4분기부터 2,000만배럴을 넘어서며 최근 OPEC을 위협하는 새로운 '오일블록'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OPEC의 일일 원유생산량은 지난 2010년 1·4분기 3,475만배럴에서 올해 2·4분기 3,565만배럴로 큰 변동이 없었다. 반면 북미 3개국의 일일 원유생산량은 같은 기간 1,589만배럴에서 2,086만배럴로 31.2% 증가해 OPEC 회원국들과의 격차를 점차 좁히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 전략기구를 창설하려는 미국의 구상이 가시화하는 반면 그동안 국제에너지시장을 쥐락펴락해온 OPEC은 회원국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영향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프란치스코 블랜치 상품 담당 수석은 이날 열린 'BOA-메릴린치 2015년 글로벌 경제전망' 컨퍼런스에서 "OPEC은 최근 회의에서 유가를 안정시키는 데 실패하며 사실상 와해됐다"고 진단했다. OPEC 회원국인 아랍에미리트의 무바라크 알 켓비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 부회장도 이날 로이터통신에 "OPEC은 더는 가격결정자가 아니다"라며 "손익분기점이 높은 생산자들이 내리는 결정을 반영해 시장이 가격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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