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高생산성' 신화 지속되나

2분기 노동생산성 2.5% 상승 예상밖 호조전 세계적 경기 후퇴의 먹구름속에 미국 10년 호황을 이끌어낸 '고(高) 생산성(Productivity)'의 신화는 깨진 걸까. 미 경제의 고공 성장을 견인했던 생산성 기적은 일단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1ㆍ4분기 0.1% 성장에 그치며 신경제 종언을 예고했던 미 노동 생산성이 지난 2ㆍ4분기들어 당초 예상치를 훌쩍 뛰어 넘어 2.5%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미 노동부 발표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상황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미국의 노동 생산성 향상이 지난 90년대 나타났던 자본투자확대 및 신기술 혁명에 의한 '긍정적 소득(Positive Gain)'의 측면이 아닌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 등 노동자들을 '볼모'로 한데서 비롯된 일종의 '통계적 착시 현상'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기대치 넘은 생산성 향상 미 노동부는 7일 노동자가 한 시간에 생산할 수 있는 재화와 용역을 일컫는 생산성(농업 부문 제외)이 지난 2ㆍ4분기에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돈 연 2.5%성장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2ㆍ4분기의 6.3% 이후 가장 높은 신장세로 경제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1.5~1.6%보다 훨씬 높은 수준. 이와 함께 당초 1.2% 감소로 발표된 지난 1ㆍ4분기의 생산성도 0.1% 상승으로 수정돼 생산성 둔화에 따른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일단 가라앉게 됐다. 노동부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의 척도로 주목되는 시간당 임금 상승률의 경우 연율기준 2.1%를 기록함으로써 지난 1ㆍ4분기의 5.0%에 비해 크게 낮아지면서 인플레 압력이 완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를 통한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통계적 착시란 지적도 이 같은 주장을 펴는 경제 전문가들은 노동부가 발표한 생산성 상승 통계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자본 투자 확대와 신기술 개발 등에 따른 것이 아닌 기업들의 과도한 인원 감축이 기업 총 생산 둔화의 규모와 속도를 앞지름으로써 단위 시간당 생산량을 수치상으로 높인 결과라는 점 때문이다. 노동부 발표 내용을 보면 실제 지난 2ㆍ4분기 기업들의 생산은 0.1% 증가에 그친 반면 노동시간은 지난 91년 1ㆍ4분기 이후 최대의 폭인 2.4%가 줄어 실제 노동생산성 향상이 총 근로시간의 감소, 즉 대규모 감원에 따른 것임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 업종을 제외한 생산 활동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제조업의 생산성은 지난 1ㆍ4분기에 3.6%가 떨어진 데 이어 2ㆍ4분기에도 0.2% 감소, 경기 둔화의 영향을 직접 받으며 2분기 연속 하락한 것으로 드러나 이들 주장을 뒷바침하고 있다. 한편 CNNfn 등 일부 미 언론들은 이번 미 노동부 발표를 올들어 제기된 '생산성 신화는 끝났다'라는 경제계 논쟁의 잠정적 결론으로 평가하고 높은 미국의 생산성이 중장기적 측면에서 미 경제 성장을 다시 이끌 것이란 앨런 그린스펀 의장과 FRB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현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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