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밀월관계 가속도

철도·전력망 사업 등 합의 이어
최룡해 러 방문… 푸틴과 면담 예정
양국 정상회담 가능성도 제기
최 비서 회항후 재출발 해프닝도

/=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경제에서 문화·정치·군사 분야를 아우르는 전방위 밀월로 확대되고 있다.

나진·하산 연결철로 재개통 및 북한 내륙철도 현대화 사업 협력, 무역대금 루블화 결제 등에 이어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가 17일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주중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양국은 경제를 비롯해 정치·군사적 협력 방안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 측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겨냥해 '남·북·러 3각 협력 체계'로 확대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알렉산데르 갈루슈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은 지난 3월 방북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기업인 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찾았다. 4월에는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가 북한을 방문해 북·러 경제협조 합의서에 조인했다. 북측에서는 리수용 외무상이 9월30일 러시아를 방문했고 이달 들어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러시아를 찾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면담했다.

5월 러시아가 구소련 시절 북한의 채무 110억달러(약 12조원)를 최종 탕감하기로 결정한 것은 북·러 간 경제협력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기로 합의했고 7월에는 양측 합작으로 함경북도 나진항 3호 부두가 준공됐다. 이 부두는 나진·하산 철로를 이용해 실어온 러시아 화물을 동해로 수송하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된다. 러시아 극동지역 경제개발에 필요한 노동력을 북한이 공급하는 내용의 의정서도 체결했다.

양측 협력의 결정판은 지난달 21일에 합의한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과 현재 추진 중인 러시아 극동지방과 북한·남한을 연계하는 대규모 전력망 사업이다. 프로젝트명 '포베다(승리)'로 불리는 철도 현대화 사업은 북한 전체 철로 7,000㎞ 중 약 46%에 달하는 3,200㎞와 터널·교량 등을 개·보수하는 내용이다. 250억달러(약 27조원)에 달하는 사업비는 북한 내 광산을 개발해 광물 판매수익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북한은 당초 중국과 진행하던 송전 협의를 백지화하고 러시아에서 전기를 들여오기 위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 최대 발전회사인 루스히드로가 러시아 극동지방에서 북한·남한까지 전력망을 연계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러시아의 대북 식량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식량 5만톤을 무상지원했고 앞서 8월에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대북 식량지원 사업에 30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또 양측은 무비자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며 북한 사회과학원과 러시아 인문과학기금 간 공동연구기관 설립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북·러 유착에 대해 북한으로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져 인프라를 개발할 대타가 절실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의 제재 강화로 극동 개발이라는 동진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사실상 남한을 '돈줄'로 끌어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내각 철도성 대외철도협조국의 김철호 부국장이 최근 북한 대외용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내륙철도 현대화 사업은 남북한과 러시아·유럽을 철도로 잇는 대형 프로젝트의 첫 단계"라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나 북한 모두 남한 자금이 들어오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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