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의 강세가 장기화하며 기축통화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고 국제결제은행(BIS)이 7일(현지시간) 발간한 최신 분기 보고서에서 경고했다.
보고서는 달러가 장기간 강세를 유지함으로써 달러 채권을 많이 발행한 신흥국 기업이 특히 흔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신흥국이 발행한 외화 채권 2조6,000억달러 중 75%가 달러 표시 채권이다. 이 때문에 세계 금융 시스템의 근간인 12조3,000억 달러 규모인 미 국채시장에 대한 압박도 커졌다는 지적이다.
클라우디오 보리오 BIS 통화경제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달러 강세가 지속하면 (특히 신흥국의) 차입 부담이 커진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통화 정책이 정상화(금리 인상을 의미)되면 금융시장 여건은 더욱 빡빡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BIS는 국경을 넘나드는 여신도 지난 6월 말까지의 1년 동안 1.2% 늘어 2011년 말 이후 처음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순 기준으로 신흥국 은행에 들어간 은행 간 여신은 3조1,000억달러로, 특히 아시아 신흥국에 들어간 규모가 급증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 가운데 외국 은행이 중국에 빌려준 자금이 특히 많이 늘어나, 지난 6월까지의 2년 사이 1조1,000억 달러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고 보고는 분석했다. 반면 이 기간에 브라질에 유입된 자금은 3,110억 달러, 인도와 한국에는 각각 2,000억달러가 조금 넘는 돈이 들어가는데 그쳤다고 비교했다.
보고서는 “금융시장의 현 상승세 때문에 어두운 부분이 가려져 있다”면서 “이전보다 더 취약해졌다”고 경고했다. 한 근거로 지난 8월 초와 10월 중순의 금융시장 동요를 상기시키면서 “시장이 갈수록 작은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했다. 보리오 국장도 “시장이 중앙은행 정책에 과다하게 의존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이 때문에 “중앙은행 정책 하나하나가 시장에서 민감하게 반응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