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의 위안화 가치에 대해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적절한 수준(fairly valued)'이라는 평가를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금까지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다고 비판해온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이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하는 친정기관으로부터 예상치 못하게 뒤통수를 맞을 처지에 놓였다.
WSJ는 IMF가 수 개월 내 발행할 예정인 중국 경제분석 보고서에서 위안화를 재평가할 방침이라며 "자국 경제의 개방을 추진해온 중국 당국의 노력에 새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IMF는 지난 2007년 미국이 중국의 과다한 무역흑자 문제를 제기할 당시 위안화에 '근본적으로 불합리하다(fundamentally misaligned)'는 딱지를 붙이는 등 중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IMF의 이 같은 평가는 "자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중국 당국의 인위적 통화절하 정책이 미국의 수출 및 일자리는 물론 세계 경제 전체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미국 정부 측 비판의 주된 근거가 돼왔다.
위안화에 대한 IMF의 최근 입장 변화는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주도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헤게모니로 부상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위안화의 국제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행보에 IMF가 보조를 맞춘 격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지난해 위안화 가치가 실질적으로 10% 이상 올랐고 지난 10년 사이 주요 통화 대비 절상폭도 30%에 달한다는 점을 IMF가 외면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반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중국은 외환시장 개입을 계속 줄여야 한다"며 "위안화 가치는 현저하게 저평가돼 있는 상태"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IMF는 최대 출자국인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는 한편 향후 중국 당국의 정책 변경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위안화가 '균형 상태(equilibrium)'에 도달했다"는 등의 모호한 표현을 보고서에 쓸 것으로 WSJ는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