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정부, 금융위기 당시 씨티그룹 등 국유화 논의"

가이트너 전 美재무 회고록 집필
"정부 능력에 환상 우려" 반대 버냉키와 리먼 구제여부 이견도
수차례 사의… 오바마가 잡아 힐러리 클린턴을 후임으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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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씨티그룹을 비롯한 몇몇 은행들을 국유화하는 방안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공공연하게 논의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위기 극복을 진두지휘했던 티머시 가이트너(52) 전 미 재무장관은 지난 2010년부터 수차례 오바마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며 후임자로 힐러리 클린턴을 추천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은 오는 12일 출간될 예정인 회고록 '스트레스테스트'에서 2008년 발발한 금융위기 당시의 뒷얘기를 공개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매거진이 출판에 앞서 소개한 책의 일부 내용 및 가이트너 전 장관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금융위기 당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등은 당시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선제적으로 국유화"하거나 임금체계를 바꾸게 하는 방안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러나 가이트너는 은행 국유화가 "정부 능력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로 이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가이트너는 또 자신이 케네스 루이스 전 BoA 경영자의 해임에도 반대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 '운명의 주말'에 앞서 당시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였던 가이트너와 헨리 폴슨 재무장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리먼 구제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는 사실도 처음 공개됐다. 가이트너는 또 오바마 행정부가 월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끈질기게 관철한 '볼커룰' 도입에 대해 자신과 서머스 전 NEC 위원장은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정치적" 이유로 지지 입장으로 돌아서게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가이트너는 애초부터 재무장관직에 관심이 없었으며 장관 재직 중에도 수차례 사의를 밝혔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을 "놓아주지(liberate)"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재무장관 자리를 제의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머스와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을 추천하기도 했으며 2010년 이후에는 후임으로 힐러리 클린턴과 어스킨 볼스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천거하며 꾸준히 사임의사를 밝혔다고 소개했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2월 장관에 취임한 가이트너는 2013년 2월에 물러났다.

그는 퇴임 후 거취를 놓고도 적잖은 고민을 했으나 "규제를 가했거나 직접 구제한 은행이나 회사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그는 뉴욕 소재 사모펀드 '워버그핀커스'에서 근무하고 있다.

거액의 구제금융을 통한 금융 시스템 안정화로 미국 경제를 조속히 위기에서 구해냈다는 찬사와 함께 국민들의 혈세로 대형 은행들을 감싸고 돌았다는 비난이 엇갈리는 데 대해 그는 은행을 살리는 것이 미국 경제 시스템과 나아가 납세자들을 구하는 유일한 대책이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자신이 공개적으로 추진했던 '대마불사(too-big-to fail)' 관행 타파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면서 달라진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대마불사 관행을 종식하는 것은 "경제학자들이나 규제 당국자들의 '모비딕(잡을 수 없는 꿈)'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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