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사회를 혁신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 문제를 더불어 해결할 수 있도록 발로 뛰겠습니다. 대형마트에 숍인숍 개념으로 사회적기업 오프라인 복합매장을 늘려갈 계획인데 최근 대형마트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뜨거워 유치경쟁이 벌어질 정도입니다."
김재구(50ㆍ사진) 사회적기업진흥원장은 "과거 자금지원으로 사회봉사를 갈음했던 삼성ㆍ현대자동차ㆍ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사회적기업 육성 등 재능나눔으로 패턴을 바꾸고 있고 경영환경도 예전보다 많이 건전해지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진흥원은 사회적기업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8월1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사회적기업 오프라인 복합매장 '스토어 36.5' 1호점을 오픈했으며 내년까지 전국에 10여개를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4월 취임한 김 원장은 또 "고용노동 분야의 복지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는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교육 등 간접지원이 더 중요하다. 한시적 인건비 지원에 그치기보다 자립을 지원해야 한다. 사회적기업의 자립은 우리 사회의 일자리 안전망을 민간 주도로 넓혀나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기업이란 취약계층에 일자리ㆍ사회서비스 제공, 지역사회 발전 등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ㆍ조직을 말한다. 2010년 설립된 진흥원은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으로 사회적기업 설립ㆍ인증 업무 등을 총괄하며 지금까지 인증한 사회적기업은 680개에 이른다. 청년ㆍ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사회적기업가 육성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경영 컨설팅, 판로 개척 등도 지원한다.
김 원장은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대량실업 해결을 위해 공공근로 등으로 일자리를 마련했지만 한시적이고 단순반복적인 일이 많아 자존감을 찾기 어려웠다"며 "반면 사회적기업은 영리활동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로 사회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지역을 근거로 사회운동을 해온 시민사회단체ㆍ종교계ㆍ협동조합 등이 든든한 토양을 형성하고 있지만 비즈니스 역량이 부족한 게 문제"라며 "이들이 기업가정신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봉사로 여겨온 사회운동과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경영이 상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국가가 더 이상 사회복지를 완전히 책임질 수 없게 된 미국ㆍ유럽에서는 1990년대 이후 사회적기업이 대안으로 등장했다. 스페인의 몬드라곤협동조합, 이탈리아의 건설협동조합 '무리' 등 공익을 목표로 설립해 영리추구에도 성공을 거둔 유럽의 협동조합이 대표적"이라며 "창업해 수익을 내기도 힘든데 사회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게 쉽지 않아 벤처보다 성공 확률이 낮다는 지적이 있지만 창의와 혁신은 늘 모순과 갈등에서 나온 것처럼 두 바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답했다.
김 원장은 사회적기업의 저변 확대를 위한 3대 정책 기조로 민간 주도, 지역 기반,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꼽았다. 그는 "건강한 사회적기업의 토양을 유지하려면 시민사회단체처럼 민간 주도로 싹이 터 뿌리내려야 한다. 특히 사회적기업의 대표 사례인 방글라데시의 그라민뱅크처럼 지역에 천착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며 "지자체와 정부는 사회적기업이 가장 어렵게 여기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로 고용노동부 고용노동정책자문위원, 사회적기업활성화 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