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기왕 늦었는데 아무나 안 만나요"
■ 30대 미혼 남녀의 辨
◇이현미(33ㆍ여) “기왕 늦은 거 아무나 만나고 싶진 않아요”
3년차 공무원인 이 씨는 지금 교재중인 남성이 있지만 그와 결혼할 생각이 없다. 이 씨는 “이 사람과 결혼해야 겠다는 100% 확신이 오지 않는데 굳이 결혼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주변에선 혼기가 꽉 찼다며 성화지만 오히려 이 씨는 느긋하다. 기왕 늦은 거 더 괜찮은 사람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면 되지 않겠냐는 심산이다.
요즘 주로 어울리는 친구들도 모두 미혼이다. 결혼한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잘 어울리지 않게 됐다. 이 씨는 “결혼한 친구들 만나면 만날 아이 키우는 얘기하는 게 전부라 내 관심사와 거리가 멀다”며 “결국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미혼 친구들끼리 어울리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훈(36ㆍ남) “데이트할 시간 없어서 연애도 못 합니다”
김 씨는 “매일 야근도 모자라 주말 근무까지 해야 할 때가 많은데 결혼을 어떻게 하냐”며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하기도 어렵다”고 불평했다. 가까스로 소개를 받은 이성에게 호감을 갖게 되도 회사 일이 바빠 데이트를 즐길 여유도 없다. 김 씨는 “하루빨리 결혼해서 자리를 잡고 싶지만 이렇게 회사 생활이 바쁜 걸 보면 결혼해서도 가정에 충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우리 부서 과장님 중에 지난해 첫 아이를 낳은 분이 있어요. 근데 매일 야근으로 아이 얼굴을 볼 수가 없으니 컴퓨터 모니터에 아이 사진을 띄워놓고 일을 해요. 아이가 아빠를 못 알아봐서 품에 안기만 해도 운다고 하더군요. 전 그렇게 결혼생활하고 싶진 않은 데 걱정이에요.”
◇안효진(34ㆍ여) “한 두 살 차이 나는 전문직 남성 어디 없나요”
잘 나가는 회계사인 안 씨는 1년 전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해 지금까지 세 사람을 소개 받았다. 가능하다면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싶지만 그가 원하는 배우자의 조건인 ‘32~36세 전문직 남성’이 생각 보다 흔치 않았다. 그런 안 씨에게 담당 매니저는 “연령대나 직업을 다양하게 잡아서 만나보라”고 권한다. 하지만 안 씨는 좀더 기다려 볼 생각이다. 회계사인 자신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남자와 함께 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안 씨는 “내 연봉만으로 가정을 꾸리는 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한국 남자들은 여자가 자기보다 잘 나가면 자존심 상해하지 않느냐”며 “나 역시 주변 사람들 눈을 의식하다 보니 전문직 남성이 아니라면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민(38ㆍ남) “내 생활 즐기기에도 빠듯해요”
“결혼을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급하지는 않아요. 주말은 자기계발하고 친구들 만나는 데 할애하다 보니 외롭다는 생각도 안 하는 것 같아요.”
공연 기획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 씨는 내일 모레면 마흔. 혼기가 꽉 차고도 넘친 노총각이다. 이 씨의 어머니는 몇 해 전부터 이 씨를 어르고 달래며 결혼 상대를 찾으라고 성화다. 그 역시 조만간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으레 다들 하니까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뿐이다. 이 씨는 “주변에 결혼 안 한 친구들이 많아서 주말에 모여 놀곤 하는데 ‘친구들 가끔 만나고 배우고 싶은 것도 배우면서 살면 내 삶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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