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대세상승기 '슈퍼사이클' 논란, 끝났다 vs 더 간다

중국 경기둔화에 성장모델 재편 예전과 같은 수익 안겨주지 못해
중국 도시개발·車등 수요 여전 적어도 수년간 더 지속될 것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이어져온 원자재 가격 대세상승기인 '슈퍼사이클'의 종료시점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최근 UBS와 씨티그룹 등 대형 투자은행(IB)들이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둔화와 성장모델 재편을 이유로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이미 끝났거나 종말에 접근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반박도 만만치 않다. 호주중앙은행(RBA) 등은 중국의 개발수요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며 원자재 랠리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원자재 랠리가 철강ㆍ석탄 등 산업화를 뒷받침해온 상품에서 소비자주도형 경제에 필요한 다른 상품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세계은행이 지난 2세기 동안의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분석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은 10년간의 슈퍼사이클이 끝나면 그동안의 과잉투자로 인한 공급과다로 20년간의 장기하락기에 돌입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된 원자재 랠리가 약 10년이 지난 지금 마침내 분수령을 맞았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4개 상품 가격을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GSCI는 2001년 이후 약 4배까지 올라섰지만 올 들어서는 중국의 경기둔화로 상승률이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씨티그룹은 최근 고객 보고서에서 "더 이상 원자재 투자가 2002~2008년과 같은 수익을 안겨주지 못할 것"이라며 "슈퍼사이클이 끝났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고 강조했다. 씨티그룹 원자재 리서치 담당인 에드워드 모스는 "1995년 이후 많은 산업용 금속의 글로벌 수요증가는 중국에 기인했다"며 "중국의 성장모델 재편과 전반적인 경기둔화는 국제원자재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UBS은행 호주 투자 부문의 마크 라이더 대표도 중국의 건설 붐이 완만한 성장세로 바뀌고 유럽ㆍ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의 재정지출이 어려워짐에 따라 "상품 슈퍼사이클 종료가 임박했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서부지역 개발수요와 글로벌 통화증대 등의 요인을 감안할 때 원자재 랠리가 적어도 수년간 더 지속될 것이라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RBA는 중국 농촌에서 해마다 2,000만명이 도시 지역으로 유입되고 있어 향후 5년 내 중국의 건설수요가 정점을 찍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주거용 철강재 수요가 오는 2024까지 3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륙지역의 도시개발 붐도 원자재 수요 지속을 예측할 수 있는 요인이다.

텔레그래프도 중국의 자동차 수요가 앞으로 5년간 1억2,500만대 늘어날 것이며 이는 그만큼의 주차타워 및 지하주차장 건설수요를 일으키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자동차 수 증가는 그만큼의 연료소비 증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골드만삭스는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약화하고 있지만 원자재시장이 꺼지는 것이 아니라 경제가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원자재 랠리를 일으키며 진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초기 사이클'을 탔던 철광석ㆍ석탄ㆍ강철 등을 대신해 앞으로는 소비자주도형 경제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원유와 가스ㆍ포타시(비료의 일종) 등 '후기 사이클'이 랠리를 주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초기 사이클의 원자재 수요 역시 갑자기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세계적 철강업체인 리오틴토는 중국의 철강수요가 2030년 무렵에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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