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음악파일을 공짜로 다운받는 게 나쁜거에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인터넷을 즐기는 어린이들이 많지만 정작 콘텐츠 불법 복제에 대해서는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음악이나 동영상 불법복제가 워낙 일상화된 탓에 어린이들조차 영문도 모른 채 ‘범죄자’로 전락한다.
한국은 단기간에 인터넷 강국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고속성장 뒤에는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콘텐츠는 공짜’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한국의 소프트웨어(SW) 볼법 복제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도 40%대에 육박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처럼 불법복제가 기승을 부리는 나라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지적재산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과 제도 정비가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선결 과제로 꼽힌다.
◇불법복제 피해액 연간 1조원 넘어=지금은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이나 동영상 등 각종 디지털콘텐츠를 손쉽게 구해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는 대부분 불법 복제된 것들이다.
현재 국내에서 콘텐츠 불법 복제 비율은 동영상이 40%로 가장 높고, 음악도 30%를 웃돈다. 웹정보나 게임 등도 불법 복제돼 유통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불법 복제에 따른 연간 손실규모는 ▦음악 8,000억원 ▦영화 3,000억원 ▦게임 500억원 등으로 1조원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불법 복제는 우수한 콘텐츠 생산을 가로막는다. 불법 복제가 기승을 부리면 콘텐츠 업체는 수익을 얻을 수 없고, 이는 콘텐츠 생산 및 공급 축소라는 악순환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한 국산 콘텐츠도 불법 복제로 몸살=콘텐츠의 불법복제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서도 기승을 부린다.
최근 한류 열풍을 타고 우리의 영화ㆍ드라마, 음악, 게임 등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 가운데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제값에 팔려나가는 것은 그야말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특히 중국에서 유통되는 한국산 영상물의 경우 90%가 불법복제품으로 추정될
할 정도로 그 피해는 심각하다. 하지만 이 같은 현실속에서도 국가간의 협조체제 구축이 어려워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그나마 최근 정부가 해외에서 판매된 우리 문화상품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기업의 현지 지재권 출원비용을 지원하는 등 소극적인 대응이나마 나서기 시작한 일은 다행이다.
◇지재권 보호 제도 갈피 못 잡아=콘텐츠 지재권 문제를 둘러싼 사업자 또는 정부 부처 간의 갈등도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음원제작자협회는 SK텔레콤의 음악서비스인 ‘멜론’이 특정 디지털저작권관리(DRM)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의 편익을 저해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음원이 무단으로 불법 복제돼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특정 DRM에 대한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반박한다.
한편 정통부와 문광부는 콘텐츠의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명분아래 서로 다른 콘텐츠 식별체계를 고집하고 있다. 목적은 같은데도 정통부는 UCI라는 이름으로 문광부는 COI란 명칭으로 각각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할 계획이다.
콘텐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같은 성격의 시스템을 따로 운영함으로써 혈세를 낭비할 뿐 아니라 콘텐츠업체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별취재팀=정구영차장(팀장)·정승량·한영일·권경희·최광기자 gy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