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기반 취약·美 금수조치등 현안 산적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와 함께 남북간 경제교류도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와는 달리 남북간 경제협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낳기까지는 여러 걸림돌을 제거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현재 종합상사 등을 중심으로 임가공형태를 통해 북한과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이익을 실현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 이는 거의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는 북한의 생산기반, 미국의 경제금수조치(EMBARGO)에 따른 북한산 물품의 시장접근 제한, 우리기업의 고급 기술인력에 대한 북한의 상주 불허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취약한 생산기반=현재 북한의 물적 기반은 거의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도로, 항만시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고 설사 제품을 생산한다해도 과도한 물류비로 채산성을 확보키 어렵다. 현재 북한에서 의류를 생산하는 업체중 일부는 납기를 맞추기 위해 추가적인 물류비 부담을 감수한 채 육로를 이용, 중국으로 물건을 실어낸 후 다시 대련항을 통해 국내로 들여오기도 한다. 특히 북한의 물적 기반이 취약한 탓에 이들 업체는 심지어 포장용 박스까지 북한으로 반입해 필요 이상의 운송비 부담을 안고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북한의 심각한 전력난이다. 현재 북한의 전력난은 최악의 상황이다.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상당수 공장이 정상적인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전력난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다. 우선 경수로 사업도 오는 2006년에나 완결될 수 있는데다 북한내의 송·배전 시스템이 노후화된 탓에 효율적인 전력 공급을 가로막고 있다. 이같은 전력난 해소를 위해 북한에 대한 여유전력 송전, 북한내 화력발전소 건설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미국의 금수조치=제품을 생산한다 해도 판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재 북한산 물품이 수출될 수 있는 시장은 러시아와 일부 유럽국가, 중국, 일본 등에 불과하다. 세계최대의 시장인 미국에 대한 수출은 여전히 막혀 있다. 미국 행정부가 대북협상과정에서 일부 경제제재조치를 해제했지만 의회는 북한산 물품의 수입을 불허하고 있다.
특히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 행정부는 기존의 대북 유화정책에서 강경책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 못지 않게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측의 노력도 절실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경제금수조치는 북한의 태도여하에 달려 있기 때문에 북한이 보다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전제조건으로 지적된다.
◇기술인력의 북한 상주 불허=현재 북한에 진출한 업체들은 품질관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은 고급 기술인력을 통해 엄격하게 품질을 관리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우리의 전문 기술인력이 아예 북한에 상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품질이 높지 않은 제품은 제값을 받기 어렵다. 더욱이 높은 물류비 부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품질관리의 어려움은 진출 업체들의 채산성을 더욱 압박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관련 업체들은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전문 기술인력만이라도 북한에 상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도한 물류비 부담=현재 남북간의 교역물량은 중국의 동용 및 한성선박 등 2개 선사가 전담하고 있다. 이들이 부과하는 운송비는 20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부산-나진항로 950달러 인천-남포항로 850달러 등이다. 현재 부산-대련간의 운송비가 250달러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는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동용이나 한성선박도 손익분기점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운송비를 부과하면서도 절대적인 물동량이 워낙 적어 채산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동용이나 한성선박은 남북간 경협활성화로 교역물량이 늘어나야 운송비도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무역투진흥공사 관계자는 『이같은 물류비 부담은 중장기적으로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로 교역물량이 늘어나면 해결될수 있다』고 지적한 후 『물동량 확대와 함께 정부가 북한과의 협의를 통해 국내 선사들도 북한노선에 취항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재기자TIMOTHY@SED.CO.KR
입력시간 2000/04/10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