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모멘텀 없는 증시… 잇단 M&A說 투자자 현혹

다음·서울고속터미널등 인수 소문에 주가 급등
"사실무근" 공시에 추락


지난 11일 오전 코스닥시장에서 다음의 주가가 갑자기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게임업체 엔씨소프트가 다음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시장에 급속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날 다음 주가는 하락세로 출발했지만 이 소문에 힘입어 단숨에 9%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다음과 엔씨소프트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하자 주가 상승폭은 크게 축소됐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의 다음 인수합병(M&A)설에 대해 “예전의 루머와 똑같은 내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증시가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M&A설’이 잇따라 흘러나오며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M&A는 요즘처럼 증시에서 뚜렷한 모멘텀을 찾아보기 어려울 때 개별 종목의 주가를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재료다. 하지만 주가가 그저 소문에 따라 급등했다가 관련업체들의 ‘부인공시’와 함께 급락하는 사례가 속출함에 따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일부에서는 증권사들이 이런 M&A 루머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증권사들이 12일 아침 ‘CJ가 인수한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온미디어 분석 보고서를 내놓자 온미디어는 개장과 함께 급등했다. 하지만 온미디어는 전일 대비 0.74% 오르는 선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온미디어의 모기업인 오리온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할 가능성이 높으나 아직은 확정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증시에서는 신세계ㆍ롯데쇼핑ㆍ현대백화점 등 이른바 ‘유통업계 빅3’가 서울고속터미널 인수에 나섰다는 루머로 큰 폭의 주가변동을 보였다. 신세계ㆍ현대백화점 등은 즉시 “관심이 없다” “단순히 검토하는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백화점 주가는 장중 한때 9.10% 오른 9만9,500원을 보이기도 했으나 전일 대비 1.64% 떨어진 8만9,700원으로 마감했다. 서주관광개발은 이런 루머 속에서 얼떨결에 터미널 매각 수혜주로 꼽히며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주관광개발의 한 관계자는 “터미널 지분인수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며 “회사가 소유한 호텔이 터미널 옆에 있다는 이유로 주가가 오른 것 같다”고 해명했다. 8일에는 유진투자증권이 매각설에 휩싸였으며 성우전자ㆍ아이리버ㆍ티맥스소프트 등도 M&A 루머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올 들어 증시상황이 개선되면서 M&A시장 환경이 나아지자 M&A가 진행되지 않는데 소문만 나도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최근 증시 모멘텀이 떨어지면서 일부 종목에 대해 M&A 루머를 일부러 흘리는 작전세력도 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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