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서방 측과 러시아가 날선 대치상태를 이어가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다음달 프랑스를 방문해 서방 정상들과 만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노르망디 상륙작전(1944년 6월6일)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다음달 6일 프랑스를 찾는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기념식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외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유럽의 주요 정상들이 참석한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푸틴과 서방 측 지도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셈이다. 그러나 미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개별 회담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기념식은 2차 세계대전에서 숨진 모든 참전군인을 기리는 자리"라며 "주최국인 프랑스가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러시아를 초청하지 않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고 WP가 전했다.
이와 관련해 9일 모스크바에서는 2차대전 승전 69주년을 맞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열렸다. 푸틴은 8일 핵무기부대를 포함해 러시아 전군이 동원된 훈련을 사열했다.
한편 분열 양상이 뚜렷한 우크라이나에서는 친서방 성향의 중앙정부가 범국민 원탁회의를 통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의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과 아르세니 야체뉴크 총리가 8일 공동성명을 내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중재로 모든 정치세력을 망라하는 원탁회의를 구성할 것을 제의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OSCE 순번 의장국을 맡은 스위스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이와 관련한 '평화 로드맵' 초안을 전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로이터가 입수한 초안을 보면 OSCE는 지방 분권화, 국내 소수자 문제 및 언어 등을 포괄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범국민 대화를 제안했다. OSCE 의장을 맡은 디디에 부르칼테르 스위스 대통령은 지난 7일 모스크바에서 푸틴과 만나 이 같은 계획을 논의한 뒤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제시했다고 OSCE 관계자가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손에 피를 묻히지 않은 이들'과만 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도네츠크를 위시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분리주의 무장세력이 진압에 나선 정부군과 유혈충돌을 빚고 있다. 친러 무장세력은 푸틴 대통령의 투표연기 제안에도 불구하고 11일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강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