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대표팀의 3루수 정성훈이 19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전 7회초 일본팀에 연속 안타를 허용하자 그라운드에 앉아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샌디에이고(미국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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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같은 코칭 스태프의 작전과 용병술, 물 샐 틈 없는 내외야의 그물 수비, 대회 최다 홈런(5개)에 빛나는 이승엽의 방망이, 이치로의 면도날 스윙을 눌러버린 오승환의 살아있는 볼 끝….
마지막 게임에서 주춤하며 결국 ‘엉터리 대진표’의 희생자가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드림팀’은 한국 야구의 힘을 온 세계에 떨쳤다. 그들로 인해 온 국민은 ‘푸른 함성’으로 하나 되는 감동을 모처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벌어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타선의 침묵 속에 0대6으로 분패했다. 이로써 파죽의 6연승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한국야구의 신화는 결승 문턱에서 아쉽게 중단됐다.
처음부터 한국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같은 대회에서 두 번이나 맞붙어 모두 승리를 거둔 한국은 ‘이겨야 본전’이었지만 벼랑 끝에서 기적적으로 기사회생한 일본은 거저 얻은 기회에서 ‘져도 본전’이라는 자세로 뛸 수 있었다.
심리적인 불리함을 안고도 한국은 중반까지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양팀 선발 서재응(LA 다저스)과 우에하라 고지(요미우리)의 투수전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던 승부의 추가 기울어진 것은 7회. 7회초 선두타자 마쓰나카 노부히코가 두번째 투수 전병두로부터 우월 2루타를 뽑아내며 공격의 포문을 연 일본은 1사 후 대타로 나선 후쿠도메 고스케가 우월 2점홈런을 터뜨려 2대0으로 앞서나갔다. 계속된 공격에서 일본은 사토자키의 2루타로 1점을 보탰고 미야모토, 니시오카, 이치로의 연속 3안타로 2점을 추가, 5대0으로 달아났다.
한국은 8회초에도 배영수가 다무라에게 솔로홈런을 내줘 6대0으로 처졌고 비로 중단됐다 속개된 뒤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8회와 9회 두 번의 공격에서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그동안 눈부신 분전에도 불구, 서재응에 이어 전병두-김병현-봉중근-손민한-배영수-오승환으로 이어지는 투수 로테이션 타이밍이 흔들렸고 특히 타격에서 선수들의 뒷심이 따라주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편 이에 앞서 열린 나머지 준결승 경기에서는 아마야구 최강팀인 ‘붉은 군단’ 쿠바가 우승후보로 꼽혔던 도미니카공화국을 3대1로 물리치고 결승에 선착했다. 일본과 쿠바의 대회 결승전은 21일 오전11시 펫코파크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