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10일 편성ㆍ보도ㆍ제작ㆍ경영본부장 등 핵심 임원 4명의 사표를 수리함에 따라 여권의 'MBC 흔들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방문진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중도퇴진시킬 경우 엄청난 반발을 불러 올 엄기영 MBC 사장을 유임시키는 대신 편성ㆍTV제작ㆍ보도ㆍ경영본부장 등 핵심 임원 4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조직 안정'을 위해 엄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전원 교체 카드를 버리고 '경영혁신'이라는 명분으로 보도ㆍ제작ㆍ경영본부장 등을 물갈이한 것이다. 이들은 여권이 눈엣가시로 여겨 온 MBC 뉴스, 시사토론, 시사교양 프로그램 등을 제작해온 책임자들이다. MBC 구성원들에게 더 이상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방문진은 일괄 사표를 제출한 8명의 임원 중 엄 사장 등 4명의 사표를 반려하고 4명은 수리했는데 이 같은 차이를 초래한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방문진 정상모 이사는 "이사마다 판단과 기준이 있겠지만 구체적인 평가를 한 것도 아니고 사표 수리와 반려를 결정한 데 대해 원칙과 기준을 모르겠다"며 "4명 임원의 사표 수리는 방문진이 MBC에 섭정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엄 사장이 유임됐지만 갈 길은 무척 험난하다. '제2기 엄기영 호'는 방송의 공정성ㆍ객관성 확보, 인력 구조조정, 단체협약 개정, 영업이익 달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는 방문진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현재 방문진 9명 중 과반을 차지하는 김우룡 이사장 등 여당 성향 이사들은 그동안 엄 사장의 '뉴 MBC 플랜'의 강도ㆍ성과가 미흡하고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100분 토론'의 시청자 의견 조작 등에 대해 철저하게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을 것을 끈질기게 요구해 왔다.
엄 사장은 노조가 인사권 등 경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방문진의 지적에 따라 노조를 압박해 단체협약을 개정하고 내년에 영업이익 5%를 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흑자 달성이 MBC 임직원의 상여금 400% 반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데다 앞으로 디지털 전환, 서울 상암동 신사옥 건립 등으로 돈이 들어갈 일이 많아 이를 담보할 구조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력 구조조정 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방문진은 MBC 본사의 경우 직원 1,700여명 중 직급이 차장대우 이상인 직원이 절반을 넘는다며 강도 높은 인력조정을 요구해 왔다. 노조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하다.
엄 사장은 이번에 교체된 부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4명의 후임 인사에 이어 고위직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은 방문진의 결정에 대해 "MBC 경영진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다. 김 이사장 사퇴를 위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반발했다. MBC기자회 등 직능단체도 방문진에 'MBC 흔들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