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느리게 살고 때로는 뒤집어 볼 필요가 있다. 잘 아는 얘기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은 것들이다. "못 먹는 사람, 못 입는 사람, 못 자는 사람, 못 보는 사람 그리고 못 잊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그렇게 불쌍한 사람이 아닙니다. 진짜 불쌍한 사람은 이런 사람들입니다. 더 먹으려는 사람, 더 입으려는 사람, 더 자려는 사람, 더 보려는 사람 그리고 잊을 추억도 없는 사람."(본문 36쪽) 이 책은 세상을 조금 '돌려서 보는' 것에 대해 얘기하며 이 같은 환기 작용을 통해 평소와는 다른 '내 머리 사용법'을 제안한다. '경력의 의미'에 대해서는 "경력을 거꾸로 읽어보세요. 그냥 얻어지는 경력은 없습니다"라고 얘기한다. 경력(經歷)과 역경(逆境)을 뒤집어 보고 하나로 묶어보기도 하라는 말이다. "+를 보여주니 수학자는 덧셈이라 하고 목사는 십자가, 교통경찰은 사거리… 간호사는 적십자라했고, 약사는 녹십자라고 했다"라면서 직업이 만드는 편견을 지적하기도 한다. 카피라이터 출신의 저자인지라 언어 구사 능력이 탁월하다. 일상적인 단어와 범상치 않은 수식어를 결합해 톡톡 튀는 문장을 만들어 내고, 삶과 사람에 대한 관찰력이 더해져 저릿한 감동마저 불러온다. 인터넷 발달로 블로그가 활발해 진 탓에 짧은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에세이를 종종 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손끝으로 마우스가 아닌 책장을 만지며 읽는 맛은 남다르다. 저자가 당부한 '책 읽는 방법'도 이색적이다. 한 번에 다 읽지 말고 하루에 열 장씩만 읽고 일주일쯤 지난 뒤 곱씹으며 다시 읽으라고 권한다. 재치와 여운이 공존하는 책이다.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