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이 부내 직원의 대통령과 외교정책에 대한 `부적절한 언사`와 관련해 15일 전격 경질됐다. 외교통상부 관리들의 부적절한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진바 없으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내용에다 국가기밀의 유출혐의까지 포함돼 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14일 연두회견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공직자는 대통령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대통령의 정책과 노선을 존중하고,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면서 관련자를 문책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일차적으로 장관의 지휘책임부터 물은 것이다.
정찬용 청와대인사수석은 장관경질배경 설명에서 “일부 외교부 직원들이 과거의 의존적 대외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참여정부가 제시하는 자주적 외교정책의 기본방향을 충분히 시행하지 못하고 공ㆍ사석에서 구태적 언행을 일삼고 보안을 요하는 정보의 유출, 대외정책에 혼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언급으로 미루어 이 사건은 외교노선, 특히 대미 외교노선을 둘러싼 정부기관 및 외교부 내부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대미외교와 관련해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외교부와 자주외교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간의 갈등설이 있었다. 또 사건의 발단이 외교부 내부의 투서에 비롯됐다는 정황으로 미루어 외교부 내부갈등 요소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노선다툼과 자리다툼의 성격이 혼재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발언의 내용ㆍ과정ㆍ시점에서 매판성 여부, 음해성 여부는 물론 정책결정의 전후관계등에 대한 보다 면밀한 성찰이 필요하다. 외교관의 언행은 국익에 바탕한다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다. 대통령의 맘에 들지않는 발언이라 해서 국익을 해한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정책결정 이후의 반대가 아니라 결정과정에서 의견개진 차원에서 한 발언이라면 전혀 탓할 바가 아니다. 이 같은 전후 관계를 따지지 않고 나타난 발언 내용만을 문제는 것은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할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관계자가 문제의 발언을 한 외교관들을 `숭미주의자`로 지칭한 언사가 그 중 대표적이다.
상대국을 잘 알고, 상대국과 친밀한 외교관이 유능한 외교관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친미ㆍ반미가 운위되는 것은 지극히 비외교적이다. 외교에는 상대가 있는 것이라고 할 때 친미발언에 대한 공개적인 문책이 대미외교에 미칠 역작용이 크게 우려된다.
소리 없는 외교가 최상의 외교다. 사건이 이처럼 소란스러워진 데는 외교적 미숙의 탓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후속조치나마 치밀하게 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공무원의 입을 묶고 줄을 세우는 방편으로 이용되는 것은 경계돼야 할 것이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