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인간은 평생토록 자신의 두뇌가 가진 능력의 10%만을 사용할 뿐이며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적인 과학자도 두뇌 능력의 15% 밖에 쓰지 못했다는 말이 있다. 과연 사실일까. 이에 대한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20세기 초의 문헌들을 살펴봐야 한다. 인간은 두뇌 능력의 극히 일부만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노력에 의해 무한히 확대될 수 있다는 주장이 바로 20세기 초에 통설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비(?)의 약초로 만든 강장제 몇 모금 마신다고 갑자기 피곤이 사라지지 않듯이 과학적 시각에서 보면 이 주장은 뇌가 사고활동에만 관여하는 것으로 착각하는데서 비롯된 잘못된 낭설에 불과하다. 미국 워싱턴 대학의 방사선학과 마르쿠스 라이클 교수도 인간이 뇌의 구석구석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는 “뇌는 몸무게의 2%만을 차지할 뿐이지만 인체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20%를 사용한다”며 “심지어 잠을 자고 있거나 멍청히 앉아 TV에 빠져 있는 순간에도 뇌는 엄청난 에너지를 써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뇌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에너지의 대부분이 사고(思考) 이외의 활동에 투입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는 가장 먼저 오장육부 등 신체기관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신경세포 사이에 오고가는 생체신호를 관장하는데 쓰인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렇게 사용되고 남은 에너지가 바로 우리가 머리를 쓴다고 생각하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 활용되는 것이다.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낼 때마다 매번 내부 전체를 둘러보지 않고도 지난번에 넣어두었던 자리에 곧장 손을 뻗게 되는 것과 같은 것 말이다. 이 같은 사전 정보처리 시스템은 인간이 정기적으로 해야만 하는 엄청나게 많은 일들을 처리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어찌됐든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인간이 자신의 뇌 전체를 매일매일 열심히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틀림없다. 라이클 교수는 “머리를 쓸 일이 생길 때까지 하는 일없이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것이 두뇌의 유일한 활동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며 “뇌의 모든 부분은 언제나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