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리스가 일본계 스미토모은행을 상대로 법정 소송에 돌입했다.빚을 지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이 외국 채권자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발리스는 25일 스미토모은행 서울지점을 사기 및 횡령으로 형사고발하는 한편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스미토모은행 서울지점은 지난 18일, 86억원 규모의 개발리스 발행 약속어음을 돌렸는데 양측간 협의 끝에 이를 취소하기로 했다가 번복, 결과적으로 어음을 결제받은 것. 이에 따라 채권금융단의 개발리스에 대한 사적화의가 훼손됐다.
개발리스 관계자는 『수차례 스미토모에 합의 이행을 촉구했으나 응답이 없어 법적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경과= 개발리스는 지난 1월25일 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채권단 동의 아래 사적화의(채무구조조정)를 진행중이다. 채권금액 기준 85%의 채권단이 당분간 채권을 회수치 않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협약에 참가하지 않은 스미토모은행이 86억원 상당의 어음을 돌리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양측은 결제당일인 19일, 마라톤 회의를 갖고 개발리스가 스미토모은행에 우대조건을 부여하는 대신 스미토모는 교환에 돌린 어음을 대지급, 사실상 이를 취소키로 합의했다. 사적화의 원칙을 깨지 않도록 스미토모 발행 당좌수표와 개발리스의 자기앞수표를 교환한 뒤 자기앞수표를 결제은행에 입금키로 한 것.
그러나 양측 직원이 함께 해당은행을 방문,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기앞수표만 입금된 채 스미토모측이 당좌수표를 건네주지 않는 바람에 사실상 어음 결제가 이루어졌다. 스미토모는 「약속어음 회수는 몰라도 대지급은 안된다」는 본점의 지시를 뒤늦게 받고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리스 대응= 개발리스는 스미토모를 상대로 당좌수표 교부 청구소송을 벌이는 한편 관련자를 형사고발키로 했다. 아울러 다른 채권자가 어음을 돌려 회수를 시도할 경우, 부도를 감수하기로 했다. 따라서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외국계 금융사가 채권회수에 들어가면 개발리스는 곧바로 부도처리될 전망이다.
개발리스가 부도나면 파산 또는 부도상태에서 채무구조 조정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여 채권 금융기관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법정관리를 허용치 않겠다는 것이 관계당국의 입장이기 때문. 가교리스사로의 자산 및 부채 이전도 고려할 수 있지만, 대주주인 일본 오릭스(26.2% 보유)가 반대하고 있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스미토모는 개발리스가 피사취부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어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사취부도를 내면 어음 해당금액이 별단예금으로 들어가 공탁금처럼 인정되므로, 소송을 통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 이에 앞서 한불종금과 아랍은행이 각각 37억원과 40억원의 어음을 교환, 개발리스의 피사취부도를 맞았다.
개발리스 관계자는 『스미토모의 어음도 피사취부도로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채권단의 반대에 따라 부도를 각오하고 스미토모와 교섭을 벌였다』고 말했다.
한편 한빛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개발리스 부도를 막기 위해 사적화의 미가입 채권기관에 협조요청 공문을 발송, 어음결제 불가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아울러 외국계 채권기관에는 별도의 채무구조 조정 조건을 제시키로 했다.【한상복 기자】